음력을 사용했던 사회에서는 달의 움직임에 따라 어느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가 정해지기 때문에 달의 변화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정월대보름은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로 음력 1월 15일을 말하며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새해 처음으로 맞이하는 둥근 보름달이 뜨는 시간에 대지의 풍요를 비는 것이 중요한 연례행사였다.

해마다 농사력에 맞추어 관례처럼 행해지는 행사를 세시풍속이라 하는데 정월대보름날 하루에 관련된 세시풍속이 연간 행해지는 세시풍속행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정월은 농한기로 각종 세시풍속이 가능한 때이기도 했다. 정월대보름날은 전국 곳곳에서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다양한 놀이와 풍속을 즐겼다. 대표적인 것이 달맞이 소원 빌기, 줄다리기, 쥐불놀이, 강강술래 등이다.

강강술래는 서남 해안 일대에서 정월대보름이나 추석 때 여성들 중심으로 각종 원무(圓舞)를 그리면서 춤, 노래, 놀이가 병행되는 민속놀이다. 달이 꽉 차오른 달 밝은 밤, 마을 여자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돌고 돌며, “강강술래~” 하고 누군가 선창하면 여러 사람이 노래를 이어받는다. 일정한 소리와 몸짓의 균형에서 우주의 조화로운 원리가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있다. 하늘을 가득 채운 달빛이 사방을 환하게 밝히며 희망과 염원을 바라는 노래와 춤으로 밤이 더욱 깊어가는 모습이 강강술래가 보여주는 정월의 흥이었다.

쥐불놀이는 횃불을 들고 들판에 나가 논밭두렁의 잡초와 잔디를 태워 해충의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 풍속이다. 정월대보름날 달집에 불이 붙는 것을 신호로 논밭 둑에 불을 놓았다. 쥐불을 놓으면 들쥐의 서식지, 해충이 알을 낳아 놓은 잡초를 태워 농사에 유익하고 잡초의 재는 논밭의 거름이 되어 풀들이 잘 돋아나 논두렁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날은 마을 아낙들은 일손을 놓고 쉬는 날이 되었다. 옷을 지어 입으면 쥐가 쏜다고 하여, 길쌈도 바느질도 일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월대보름날 밤, 마을 청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짚을 가져와 밭두렁 논두렁에 모여 불을 지피면 타오르기 시작한 불은 사방에서 일렁이며 장관을 이뤘다. 쥐불이 한창 무르익으면 이웃 마을과의 경계에서 횃불싸움으로 발전해 횃불을 뺏기거나 후퇴하는 편이 지는 놀이로 이어지기도 했다.

줄다리기는 편싸움의 대표 종목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놀이 중 하나였다. 둘로 나뉘어 짚으로 만든 동아줄을 서로 당겨 자기 편 쪽으로 끌어오면 이기는 놀이로, 이긴 편은 그 해 풍년이 들고 무병, 무재하다고 믿었다. 인접한 마을 간에 행사를 벌여 마을 주민이 참가해 협동과 단결을 이루는 장이었다. 놀이의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리면 양편은 서로 힘을 다해 줄을 잡아당긴다. 줄다리기가 시작되면 응원하는 이들의 함성과 농악대의 참여로 흥을 더했다. 전체의 힘이 하나로 모아져야 하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도록 지휘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짧으면 하루, 길면 수일에 걸쳐 승부가 이루어지기도 해서 마지막 승부를 겨루는 시간을 빼놓고는 힘을 조절해 상대편과 조화를 이루고 줄을 당기던 사람들이 나와서 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