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보상으로 ‘휴식’과 ‘여행’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낯설고 색다른 장소에서 살아보는 ‘한 달 살기’ 등의 살아보기 여행이나, 도시와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힐링을 취하는 ‘자연지향’ 식의 여행 수요가 크게 급증했는데요. 여기, 여행의 설렘에 공감하는 3개의 디자인 브랜드가 모여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녹음방초(綠陰芳草) 프로젝트입니다.

녹음방초(綠陰芳草)는 푸르게 우거진 나무와 향기로운 풀이라는 뜻으로, 여름철의 자연 경관을 이르는 말입니다. 여행과 휴식 속에서 자라고 차오르는 충만한 마음을 과실과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 유람기에 빗대어 표현한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에서 예로부터 손님을 맞이하던 공간인 ‘사랑채’를 접목하여, 설레는 유람기 도중 잠시 머무르게 된 어딘가의 휴식처(여름 별장의 사랑채)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그중 첫 번째 브랜드인 이쿠나는 일러스트레이터 이민진 작가와 동생 이혜리 자매가 만든 브랜드입니다. 두 자매는 욕실에 무심히 걸쳐 놓았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타월을 모토로 한 디자인 타월들을 제작하여 소개하고 있는데요. 타월뿐만 아니라 타월 소재를 활용한 파우치, 앞치마, 발매트 등 생활용품 전반에 걸친 디자인 제품들을 소개하며, 확장성이 용이한 타월의 특성상 뉴트로지나, 오뚜기, 무신사 등 다수의 브랜드들과 협업도 진행해왔습니다.

이쿠나에서는 이번 녹음방초(綠陰芳草) 프로젝트를 위해 전통 소재를 활용한 일러스트 심볼을 개발하고, 자수 기법을 활용해 타올 3종을 제작했습니다. 80cm인 일반 타월보다 10cm 더 길게 만들어서, 타월 한 장만으로 몸의 물기를 닦거나 머리에 감아 두르기 넉넉한 사이즈의 타월입니다. 그럼 이쿠나의 자매가 만든 3종 패턴을 살펴볼까요.

첫 번째 패턴은 우리 전통 가옥 무늬를 활용한 패턴입니다. 집과 별채처럼 보이는 건축물이 옹기종기 모인 기존의 전통문양에 녹색과 꽃의 모습을 덧입혔습니다. 자라고 차오르는 녹음방초의 기운을 여름의 별채에서 온전히 받아 누리는 모양을 디자인하였습니다.

두 번째 패턴은 새문과 연꽃문을 활용한 패턴입니다. 연꽃은 옛날부터 생명의 창조, 번영의 상징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널리 사랑받았는데요. 연꽃은 더러운 습지에서 자라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특성이 있어 청결의 상징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이쿠나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패턴이 수건에 더욱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마지막 패턴은 베겟모입니다. 베갯모는 베개의 양 끝 부분을 막는 마구리로 자수, 목재, 나전칠기, 화각 등 다양한 재료로서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지던 우리의 전통 문양입니다. 이쿠나에서는 그중에서도 꽃 화(花) 자를 도식화한 베갯모 무늬를 활용하여 새로운 패턴을 만들었는데요. 문자 위에 풍성하게 피어난 꽃의 모습이 자라고 차오르는 자연의 생명력을 잘 나타내어주고 있습니다.

어느 여름 별장에 걸려있을 듯한 이쿠나의 자수 타올. 무심한 듯 툭 걸려 있어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 타올을 우리 집 욕실에 걸어둔다면 어떨까요. 손님을 맞이하던 사랑채와 그 안팎의 자연 풍경을 모티브로 한 녹음방초(綠陰芳草) 프로젝트의 전통문양이 우리 일상 속에서도 여유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