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화
*반상문화. 밥이 주식이 되고 반찬이 부식이 되는 상차림
우리 전통 상차림 문화는 ‘독상’이 원칙이었다. 조선시대 1인 반상차림은 밥을 주식으로 하고 반찬으로 부식으로 구성하여 밥, 국이나 찌개, 김치, 장을 담은 종지를 제외한 반찬 수를 기준으로 3첩, 5첩, 7첩 반상 등으로 구분 지었다. 보리나 조, 수수, 쌀 등 곡물에 물을 넣어서 지은 밥에 소금 간을 한 다른 찬을 함께 먹는 기본 구조다. 양반가의 외상일 경우 기본이 되었던 5첩을 기준으로 채소, 육류, 마른반찬, 제철 채소로 만든 나물 등으로 전체를 조화롭게 구성했다. 단백질, 지방 등 식품군 별로 골고루 균형 있게 짜여진 것이다. 반상문화의 토대가 된 소반은 현대의 관점으로 보면 한 사람을 위한 작은 식탁의 의미를 지닌다. 1인 1반, 한 사람마다 소반 하나를 따로 정성껏 차려 소담한 한 끼를 대접하는 것이 그 고유성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의 일생> [출처:국립중앙박물관], <문방도> [출처:국립민속박물관], <회혼례도(혼인 60주년 기념잔치)>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소반은 식기를 받치거나 식사할 때 사용하는 상으로 좌식 생활과 문화를 반영한 전통 가구이다. 흔히 소반은 조선시대에 사용한 가구처럼 생각되지만, 고구려 고군벽화에 사각반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 소반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유물에서 발견한 고려시대의 소반은 화려한 기물의 특성이 있다.
조선시대의 소반은 사회규범과 신분 질서가 엄격해 생활공간에서 운반이 쉬운 크기로 제작된 생활용품이었다. 모든 계층이 널리 사용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발달하였고, 임금님의 수라상에서부터 대가의 잔칫상, 가난한 선비의 소찬상, 머슴 앞에 놓인 한 그릇의 보리밥상 등 계층과 쓰임새에 따라 격을 달리했다. 또한 만들어지고 사용된 지방의 특징에 맞게 소반의 형태도 조금씩 달랐다.
소반은 재료와 모양, 지역과 시대에 따라 이름이 다양하게 불렸다. 황해도 해주반, 전라남도 나주반, 경상남도 통영반은 지역색이 뚜렷한 소반으로 알려져 있다. 형태는 8각, 12각, 4방형, 원형, 장방형 등 다양했다. 다리 생김새에 따라 호족반, 죽절반, 단각반, 구족반 등으로 나뉘기도 했고 용도에 따라 주안반, 교자상, 약반 등으로 구분되기도 했다.
[호족반(虎足盤)]
[구족반(狗足盤)]
[김상]
[나주반(羅州盤)]
[통영반(統營盤)]
[해주반(海州盤)]
[출처: 한눈에 보는 소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18]
호족반은 조선시대의 보편적인 소반이다. 소반의 다리가 호랑이의 다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호족반이라 부른다. 다리에 굽은 선이 많고 조각으로 장식성을 표현해 수라상, 제례용 소반, 양반가의 의례용 소반 등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구족반은 굵고 두툼한 다리 윗부분이 밖으로 둥글게 벌어지다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안으로 굽은 형태로, 개의 다리 모습과 비슷해 개다리소반이라고 불린다. 충청도 충주지방에서 주로 만들어져 충주반이라고도 한다. 다리 끝이 곡선으로 매듭지어지며 버선코와 같이 위로 치켜 올라가는 형태를 보인다.
김상은 김에 기름을 칠할 때 쓰던 상으로 상판의 테두리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목판과 소반의 두 형태가 합쳐진 형태를 띠고 있다.
지역에 따른 특징도 보인다. 나주반은 전라남도 나주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상판의 모퉁이가 각으로 접혀있고 다리가 곧고 디자인이 간결하다.
통영반은 원형의 두꺼운 다리가 특징으로 견고하면서도 장식적이다. 통영지역은 나전칠기가 발달해 칠 마감이 뛰어나고, 십장생, 운학, 천도 등의 문양을 다리와 상판에 상감한 자개반이 유명하다. 오늘날 기본적인 밥상의 모티브가 되었다.
해주반은 넓은 나무판에 박쥐 연꽃 등을 조각하여 뚫어서 세운 것이 특징으로 소반 중 가장 화려한 장식성이 특징이다. 다리와 상판을 같은 목재로 사용하며 은행나무, 소나무 등이 주로 쓰이고, 대나무 못을 사용한다.
도슭은 도시락의 옛말로 ‘동고리’라고도 한다. 초배기 도시락은 대나무 살로 엮어 만든 도시락으로 ‘초배기’란 말은 ‘점심’의 방언으로 점심 도시락의 의미인 셈이다. 한국의 선조들은 먼 길을 떠날 때 콩고물을 바른 주먹밥을 만들어 담아 가지고 다녔다. 대나무 외에도 싸리나무, 왕골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졌고, 겨울에는 보온을 위해 두터운 솜을 넣어 만든 보자기를 싸서 들고 다니기도 했다.
도시락을 싸거나 소반 위 음식을 덮어놓을 때 사용하던 보자기를 식지보라고 부른다. 식지보는 두터운 한지에 식물 기름을 칠해서 만든 종이 보자기로 자수나 전지 장식을 곁들이기도 했다. 음식을 덮어 놓을 때 습기가 차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식지를 재료로 택한 지혜와 장식의 미학적인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식지보와 동고리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현대적인 초배기 도시락(2021 KCDF 개발 도시락 패키지)
한국의 선조들은 식기에도 복을 담아 쌓았다. 음식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정성껏 준비하는 과정에서 복을 기원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찬합이다. 찬합은 반찬을 여러 층의 그릇에 담아 포개어 간수하거나 운반할 수 있도록 만든 도시락 용기다. 찬합을 장식하는 길상문에도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대표적인 길상무늬인 문자(文字) 무늬인 수(壽), 복(福), 강(康), 녕(寧), 부(富), 귀(貴)와 같은 문자를 원형에 넣거나 완자문(卍字文), 아자문(亞字文), 희자문(囍字文), 뇌문(雷文), 회문(回文), 귀갑문(龜甲文) 등으로 띠를 둘렀다.
국화문-장수
박쥐문-복
만자문-좋은일
쌍희자문-기쁨
수(壽)-장수
복(福)-행복
강(康)-건강
녕(寧)-평안함
[한식기에 많이 사용되는 길상문]
청화백자찬합[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조화로운 건강 식사, 한식은 음식을 즐기는 절차와 방식, 시공간적 환경 등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한국인의 문화를 의미한다. 한식은 음식을 시간순으로 배열해 각각 나눠 먹는 서양식과 달리, 모든 음식을 한 상에 차려낸다. 이렇게 밥과 반찬을 동시에 상에 올리는 것이 반상 차림이다.
본래 한 사람을 위한 소담한 식탁이었던 반상문화는 현대에 와서 산업화의 영향으로 하나의 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이것이 한국의 음식문화의 특징인 것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대상을 배려한 상차림의 조화와 정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반상문화와 소반을 통해 한식문화의 조화로움과 아름다움을, 오늘날 바쁜 현대인이 이용하는 점심 식사나 포장 음식을 연상하게도 하는 한국 전통 도시락의 형태와 찬합에서 선조들의 지혜와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e뮤지엄)
국립민속박물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소반리플렛(2021년, 2022년)
한국가정의 일상식의 구조에 관한 연구, 한경선, 윤서석, 대한가정학회지69-77, 1987
한국 음식의 구조와 분화, 강정원, 한식의 인문학 심포지엄, 2018
한식문화사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2016
아름다운 우리소반, 문화재청, 2013
한눈에 보는 소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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