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탐미

한식.탐미 6편 - 랜선으로 만난 제주와 헬싱키
등록일2022-02-08 조회수1484
한식.탐미(探美.耽味)

특정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로컬의 맛’을 찾아 떠나는 자유로운 여행은 불가능하지 만, ‘언텍트(Untact)’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찾아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방법은 분명히 있다. 뉴노멀 시대를 위한 비대면 한식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크리에이 터 워크샵’은 한국의 제주와 핀란드의 헬싱키를 대표하는 두 스타 셰프가 ‘랜선’으로 만 나 펼친 협업 다이닝이다. 지역의 재료와 이야기를 상호 연결해 한식과 세계의 음식이 교류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한 프로그램은 ‘영상 기록’ 콘텐츠로도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음식으로 잇는 로컬 연대

자연에서 구한 제철 식재료에 시즈닝이라 소금, 기름을 되도록 가하지 않고 식재료 본 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을 사용하는 노르딕 퀴진. 자연친화적 식자재들, 영양과 맛을 고루 갖춘 영양식, 튀기기보다는 숙성시키거나 찌거나 삶는 형태의 건강한 조리법을 가 진 ‘한식’이 지향하는 ‘자연친화적인 건강식’과 맥락이 비슷하다. 음식문화는 달라도 ‘철 학’을 공유하는 지역간의 소통은 ‘지속가능한 로컬’ 연대를 이뤄나가는데 중요한 첫걸음 이 된다.

로컬+로컬(Locality;Loyalty) - ‘로컬 투 테이블 (local to table)’

한식교류를 위해 진행한 첫 번째 크리에이터 워크숍의 주제는 ‘로컬리즘’이다. 어느 지 역이나 고유한 자연환경에 적합한 방식의 생활문화가 자리잡는다. 이러한 문화는 대를 이어 전수되며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져 왔다. 하지만 급 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개성과 정체성은 퇴색되고 글로벌 시장으로 전개되며 ‘새 롭다고 생각하는 같은 것들’이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획일화를 극복하는 동시에 고유한 문화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생활 문화에 기반한 콘텐츠 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건강한 순환이 필요하다. 국가적 범주를 벗어나 지역브랜드 가치 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야 말로 해답이 될 것이다. 한 마디로 “가장 지 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1996년부터 세계 고유의 음식문화를 지키기 위해 슬로푸드국제본부가 시작한 ‘맛의 방 주’ 프로젝트가 있다. 글로벌화로 획일화된 음식이 생산 및 소비되고 있는 현상을 경계 하고, 전통 먹거리와 종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로컬의 특징적인 맛 을 가진 음식문화유산을 찾아 목록화하는 일을 한다. 1997년 이탈리아에서 ‘맛의 방주 선언문’을 발표한 이후 2020년 기준 전 세계 83개국의 식재료 1300여개 품목이 등재 되었고, 그 가운데 우리나라 식재료는 103개가 등재되어 있다.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한국은 산과 바다, 평야와 갯벌 등이 고르게 분포하여 지역마다 고유한 특산물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한식을 탐미(探美.耽味)하는 다섯 개의 창'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진행된 ‘크리에이터 워크샵’에서 선택된 재료인 ‘제주재래돼지(Jeju Native Black Pig)’ 도 포함되어 있다.

삶의 지혜를 담은 지역 고유의 음식문화를 나누다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도(三多島) 제주는 따뜻한 기후와 화산 지형으로 인해 육지 와 다른 독특한 생활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바다로 어업을 나간 남편을 대신해 여 자들이 생업과 가사노동을 담당하며 바쁜 일상을 보냈기에 소탈하면서도 억척스러운 생 활풍속들이 생겨났다. 조냥정신과 낭푼이 그 예이다. 오늘보다 내일을 생각하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절약하며 불안한 생계를 버텼고 공동식(共同食)의 문화안에서 고난과 위기 를 함께 해쳐나가는 삶의 지혜를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재료의 손질과 양념은 간단해지고 언제든 누군가와 함께 한 상에서 먹을 수 있게 큰 낭푼을 가운데 두고 국으로 개인의 영양을 보충하며 기력을 채웠던 제주도만 의 특별한 상차림이 완성되었다. 보통 우리가 제주 흑돼지라 부르는 제주재래돼지를 활 용해 만든 ‘돔베고기’는, 흑돼지고기 수육을 나무도마에 얹어 덩어리째 썰어 먹는 제주 의 현지 음식으로 혼례나 상례에 많이 먹었다. 이웃, 친척, 마을 간 공동체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던 음식인데, 무엇보다 고기와 육수, 면과 밥까지 아낌없이 먹을 수 있는 제 주도만의 독특한 식문화로 발전해왔다.

‘돼지’를 식재료로 하는 음식의 세계는 다양하지만, 이를 활용한 요리법은 각기 다르다. 지역과 지역을 잇는 다이닝 프로그램 ‘로컬 투 테이블 (local to table)’을 통해 만난 핀 란드 청년 빌레는 "돔베고기의 유래를 알고나니 크리스마스 때 생각이나요. 핀란드에서 크리스마스 때 다들 모여서 바비큐를 먹는데, 육즙은 대부분 아래로 빠져나가고 담백하 고 퍽퍽한 고기만 남죠. 제주는 약 7일 동안 잔치를 열어 앞선 3일은 고기를 중심으로 먹고 뒤의 3일은 육수에 면과 밥을 말아서 먹는다니, 정말 지혜로운 것 같아요. 항상 고민이었거든요. "이걸 어떻게 해야 될까? 싱크에 버릴 수도 없고" 제주의 돔베고기처 럼 국수를 만들어 먹으면 되겠어요. 검소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식습관이 핀란드의 자연 주의와 비슷한 점이 있네요"라고 말했다. 여기에 곁들인 멜젓이 가진 짜지 않으면서도 발효된 깊은 맛, 그리고 다양한 텃밭채소를 활용해 새콤 달콤 매콤하게 무쳐낸 ‘제주 겉절이’의 조화로움에 감탄했다. 또 한 명의 핀란드 청년 빌푸는 특히 핀란드와는 다른 제철 겉절이의 조리법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돔베고기와 제주 겉절이를 먹고 토론 중인 헬싱키의 쉐프 빌푸와 빌레 돔베고기와 제주 겉절이를 먹고 토론 중인 헬싱키의 쉐프 빌푸와 빌레

돔베고기와 제주 겉절이를 먹고 토론 중인 헬싱키의 쉐프 빌푸와 빌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Untact)’ 시대이지만, 멀리 있는 지역과 지역을 잇는 다이닝 프로그램은 실시간 온라인 접속 참관하거나, 혹은 영상으로 기록한 레시피를 SNS로 공유·활용·확산하는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다. ‘한식’의 위상이 갈수 록 높아지는 지금, K-푸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치’ 이외에도 이제 세계의 식탁에서 한식 레시피로 만들어진 다채로운 음식을 만나는 일이 더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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