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홍어
홍어 이미지

홍어(洪魚)는 이름이 굉장히 많다.
홍어(紅魚), 공어(魟魚), 공어(䱋魚), 분어(鱝魚), 태양어(邰陽魚) 등이 모두 홍어를 일컫는 명칭이다. 이 중에서 홍어라는 이름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쓴 정약전(丁若銓: 1760-1816)은 분어(鱝魚)가 원명(原名)이고, 홍어(洪魚)는 속명(俗名)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홍어는 마름모꼴 모양으로 납작하게 생겼는데, 그 생김새가 소반이나 연잎을 연상시킨다 하여 하어(荷魚)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또한 가시를 박고서 교미하는 모습이 참으로 괴상하게 여겨져서 해음어(海淫魚)라는 별칭도 붙었다.

홍어는 생김새와 습성이 너무나 특이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그 중 홍어를 가장 세밀하게 관찰한 사람은 정약전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홍어의 생김새, 교미와 산란 방식, 기호에 따른 식용 방식, 효능 등에 대해 매우 자세한 기록을 남겼다. 그의 기록에 의하면, 홍어는 겨울과 이른 봄이 제철이다. 특히, 입춘 전후 무렵이 되면 홍어에 살이 오르고 맛이 깊어져서 이 때 홍어를 먹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음력 2-4월이 되면 몸이 마르고 맛이 떨어지므로, 진달래꽃이 피기 전에 홍어를 먹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정약전 외에도 홍만선(洪萬選: 1643-1715), 최한기(崔漢綺: 1803-1877) 등도 진달래가 필 무렵이면 이미 홍어를 먹을 수 없다고 적고 있다(『산림경제(山林經濟)』, 『농정회요(農政會要)』). 이응희(李應禧: 1579-1651) 또한 홍어에 대해 매우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는 『옥담사집(玉潭私集)』에서 홍어는 모습이 다른 어패류와 다르고 형용(形容) 또한 다른 생선들과 다르다고 하면서, 몸이 커서 움직이기 어렵고 몸이 무거워 잘 다니지 못한다고 적었다. 특이한 생김새와 기괴한 습성을 갖춘 만큼, 홍어는 독특한 식감과 맛을 자랑한다. 우선, 홍어는 살뿐 아니라 뼈를 통째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생긴 모습과 달리, 어육이 몹시 부드러워서 이응희의 평에 따르면 “부드러운 살은 씹기가 좋고, 넉넉한 살은 국 끓이기에 좋”다고 하였다. 홍어는 회 구이 국 포 등과 같은 다양한 음식에 사용된다. 요즘에는 홍어하면 으레 삭힌 홍어를 떠올리기 쉽지만, 원래 홍어가 많이 잡히는 흑산도 일대와 서해안 지역에서는 바로 잡은 싱싱한 홍어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싱싱한 것은 대개 회를 떠서 먹고, 말린 것은 찜이나 포를 만들어 먹었다. 그런데 동력도 없고 얼음도 귀했던 시절, 홍어를 잡아서 나주 영산포 지역까지 이동하다 보면 더 이상 싱싱한 홍어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영산포 지역에서는 아예 홍어를 삭혀서 먹는 방식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정약전이 “나주 고을 사람들은 홍어를 썩혀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그가 살던 시대에도 이미 나주지역에서는 홍어를 삭혀서 먹는 것이 통용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홍어를 삭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홍어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손질한다. 홍어는 물로 씻으면 맛이 떨어지므로, 물 대신 깨끗한 면포를 이용해 손질한다. 그런 다음, 항아리에 볏짚을 깔고 홍어를 통째로 넣고 밀봉한다. 날이 따뜻할 때에는 2-3일, 추울 때에는 1주일 정도 숙성시킨 후, 꺼내서 다시 면포로 표면을 깨끗이 닦아낸다. 이렇게 삭힌 홍어로 회를 쳐서 먹거나 탕을 만들어 먹으면, 비록 냄새는 고약해도 맛은 일품이었다. 특히, 배에 복결병(復結炳)이 있거나 주기(酒氣)가 있는 사람이 삭힌 홍어로 끓인 국을 먹으면, 더러운 것이 제거되고 술기운을 없애는 데에도 매우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자산어보』). 그리고 홍어 내장에 연한 보리순을 넣어 애탕을 끓여 먹으면 봄철에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맛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삭힌 홍어는 그것이 가진 독특한 맛과 향 때문에 이를 접해보지 못한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아주 낯설고 괴이한 음식으로 각인되었다. 그런데 1960년대 이후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전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삭힌 홍어가 ‘고향음식’으로 향유되면서, 삭힌 홍어는 전라도를 상징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무렵 삭힌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곁들여 먹는 ‘홍어삼합’이 도시민들에게 회자되면서 홍어가 전국화되기에 이르렀다.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양미경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식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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