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한자로 파는 ‘葱’(총), 쪽파는‘胡葱’(호총)이라고 하고, 움파는 ‘葱芽’(총아), 파의 흰 부분은 ‘蔥白’(총백)이라고 불렀다. 파는 전국 어디에서나 집안 마당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채소였고, 한국 음식을 만들 때 마늘이나 생강과 함께 거의 빠지지 않는 양념으로 사용되었다. 파를 가지고는 파국, 파김치, 파나물, 파산적, 파장아찌, 파강회, 파전 등의 음식도 만들었다. 하지만 파는 냄새가 강하고 음욕(淫慾)을 불러일으킨다는 오신채(五辛菜)의 하나여서, 제사를 앞두고 재계하는 제관(祭官)이나 상(喪)을 당한 가족, 왕을 모시는 내관(內官)은 먹어서는 안 되는 금기(禁忌) 식품이었다. 한편 오신채의 하나인 파는 입춘(立春) 때가 되면 임금님께 진상되는 식품이기도 했다. 입춘에 포천, 연천, 적성, 양근, 삭녕, 마전 등의 경기도 산골의 여섯 고을에서는 움파, 이른 봄에 눈이 녹을 무렵 산속에서 자생하는 산겨자[山芥], 움집에서 키운 당귀(當歸)의 싹인 승검초[辛甘菜] 등을 진상하였기 때문이다.(홍석모 지음, 정승모 역, 2009: 42쪽) 유중림(柳重臨: 1705-1771)도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서, 캐지 않고 둔 파를 겨울을 지낸 후 움에 넣어두면 저절로 노란 싹이 나는데, 이 움파를 입춘 때 먹으면 달고 부드럽고 냄새도 없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움파는 냄새가 없고 깔끔한 맛이 특징인데, 이용기(李用基: 1870-1933)는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1936)에서 파를 키울 때 워낙 거름을 많이 주기 때문에 다른 시기의 파를 자칫 잘못 요리하면 지린내가 나기도 해서 파국 역시 움파로 끓이는 게 제일 좋다고 하였다. 또한 유중림은 『증보산림경제』에서 움에서 키운 파를 대꼬챙이에 끼우고, 칼등으로 두드려 평평하게 만든 뒤, 기름과 장, 밀가루를 섞은 것을 꼬치에 발라 구워 먹으면 그 맛이 아주 신선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여름과 가을의 파를 가지고는 구이를 만들어도 맛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강회는 미나리강회, 어채, 애탕(艾湯) 등과 함께 봄의 미각을 돋우는 계절 음식으로 여겨졌다. 파강회를 만드는 법은 미나리강회와 같은데 미나리 대신 파를 쓰고 안에 무엇을 넣느냐만 차이가 있고 대개 비슷하다. 손정규(孫貞圭: 1896-1955)의 『우리음식』(1948)에서 파강회를 보면, 파강회는 봄철에 어리고 연한 파를 끓은 물에 살짝 데친 후 물기를 짜서 편육 주위를 돌돌 감아 만들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김혜숙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식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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