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콩잎과 콩잎국

조선시대에 명아주나물과 콩잎으로 만든 반찬은 ‘여곽(藜藿)’이라 하여 가난한 이의 보잘 것 없는 밥상을 표상하였다. 게다가 콩잎은 흉년이 들면 도토리나 솔잎 등과 함께 백성들이 연명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먹던 음식이었다. 오래 굶다가 누렇게 뜨고 붓는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나물죽[糝]이라도 배불리 먹어야 하는데, 그 주재료가 바로 콩잎과 콩깍지였다. 콩잎과 콩깎지를 말려서 가루 낸 것에 곡식가루를 섞어서 끓였던 것이다. 이러한 콩잎으로 만든 국[藿菜羹]을 재상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매 끼니 먹었던 이가 있다. 우의정과 좌의정을 역임하고 뒤에 청백리(淸白吏)로 인정받았던 안현(安玹: 1501-1560)이다. 그의 청렴함과 검소함은 유명하였는데, 『국조인물고(國朝人物考)』에 따르면 옛 친구나 지인이 채소 한 묶음을 보내도 받지 않았고 거친 음식과 소박한 차림은 지위가 낮았을 때나 높아졌을 때나 평생 한결같았다고 한다. 이익(李瀷: 1681-1763)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 따르면, 어느 날 손님이 안현을 찾아갔는데 밥상을 내온 것을 보니 반찬이 콩잎국 뿐이었다. 안현이 맛도 보지 않고 밥을 마는 모습을 보고, 콩잎국이 맛없으면 어쩌려고 바로 밥을 마느냐고 손님이 물었다. 그러자 안현은 국 맛이 좋지 않은들 밥을 안 먹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대답하였다. 이 이야기를 보면, 안현이 벼슬에 나아가기 전이나 후나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어떤 의미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대개 콩잎국을 먹는 사람이라고 하면 일반 백성을 의미하는데, 그는 재상이 된 이후에도 맛도 따지지 않고 콩잎국을 계속 먹었던 것이다. 한편 이러한 콩잎은 식재료가 풍부해진 현대에도 여전히 콩잎은 콩잎 김치나 콩잎 장아찌, 콩잎 쌈 등으로 조리한다. 또는 콩잎을 따서 잘 말려 보관하다가 겨울에 묵은 나물로 먹거나, 묽게 쑨 찹쌀 풀에 소금 간을 하고 깨를 넣은 것을 콩잎에 발라 말려서 부각을 만들어 먹는다. 그런데 콩잎이 푸를 때 많이 잎을 따버리면 콩의 수확량이 줄어들기 때문에(<동아일보> 1975년 7월 28일자), 콩잎은 주로 누렇게 변한 다음에 따서 식용한다. 경상북도에서는 누렇게 변한 콩잎을 노랗게 단풍이 들었다 하여 ‘단풍콩잎’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따서 깨끗이 씻은 후 된장에 박거나 항아리에 넣은 후 소금물을 부어 1달 정도 삭혀두었다가 양념장에 버무려 먹는다. 또는 체에 거른 된장을 밀가루 풀에 섞은 것을 콩잎에 끼얹어 만드는 콩잎물김치도 만든다.(농촌진흥청, 2008a: 170~171쪽) 경상남조에서도 콩잎물김치를 만들어 먹지만 소금으로 간을 하고, 콩잎을 삭혀 장아찌를 만들 때도 경상북도와 달리 멸치액젓을 이용하기도 한다.(농촌진흥청, 2008b: 189, 403쪽)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김혜숙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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