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화

소곡주는 한자로 ‘少麴酒’ 또는 ‘素麯酒’라고 쓴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누룩을 적게 사용하여 빚은 술’이라는 뜻이다. 옛 조리서에는 ‘쇼곡주’, ‘소국쥬’, ‘쇼국주’, ‘쇼국듀’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또한 며느리가 술맛을 본답시고 젓가락을 빨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취해버려 일어서지도 못한 채 앉은뱅이처럼 엉금엉금 기어 다닌다고 하여 ‘앉은뱅이술’이라 부르기도 한다(「독특한 香과 맛에 군침도는 傳來의 술 어떤 것이 있나」, <동아일보> 1977년 11월 11일). 소곡주를 언제부터 빚어서 마셨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전승되는 구전설화에 따르면, 백제가 멸망한 뒤 당나라로 끌려간 의자왕이 울적한 마음을 달래고자 술을 마시며 ‘술맛이 한산소곡주와 같다’고 했다고도 하고, 마의태자가 개골산에 들어가 나라 잃은 슬픔을 소곡주로 풀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또한 백제유민들이 나라 잃은 슬픔을 잊기 위해 술을 빚어 마셨는데, 그 술이 소곡주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소곡주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대부분 백제의 멸망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런 점에서 소곡주가 유독 한산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점이 주목을 끈다. 가양주 문화가 거의 사라져버린 오늘날, 한산지역 농가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집에서 술을 빚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문화적 전통이 인정되어 한산소곡주는 1979년에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한산소곡주 보유자로는 우희열 씨가 인정되고 있으나, 지역주민들도 영농조합법인을 꾸려 직접 소곡주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소곡주 만드는 법은 수운잡방(需雲雜方)을 비롯해서 음식디미방, 산림경제(山林經濟), 규합총서(閨閤叢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등과 같은 문헌에 두루 기록되어 있다. 그 중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이 쓴 음식디미방에 소개된 제조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쌀을 깨끗이 씻고 물에 불려서 가루를 낸 후, 더운 물로 죽을 쑤어 식힌다. 그런 다음, 여기에 누룩과 밀가루, 물을 섞어 넣어 밑술을 만든다. 밑술이 익으면 차게 식힌 고두밥과 누룩, 그리고 밑술을 섞어 넣고 익힌다. 특이한 점은 밑술을 만들 때 멥쌀로 고두밥이 아닌 무리떡을 만들어 사용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산지역 주민들의 소곡주 제조법이 꼭 이와 같지는 않고, 개인의 경험과 솜씨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다만, 술을 숙성시키는 기간은 대체로 100일을 엄수하는 편이다. 한산지역 주민들에게 소곡주가 ‘백일주’로 통하는 이유다. 술은 대개 추수가 끝나는 9월에 담가서 정초 설날에 뚜껑을 열어 마신다(「脈을 잇는다(26) 소곡주 전승자 김영신 씨」, <동아일보> 1990년 12월 1일)
- 제작자
-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 집필자
- 양미경
- 발행기관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 저작권자
- 한국문화원연합회
- 분야
- 한식[음식]
- 이미지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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