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화
왕이나 왕실어른의 생신, 세자의 탄생과 책봉, 혼례 등은 궁중의 경사스러운 날로 잔치가 성대히 벌어졌다. 왕과 왕비 또는 왕대비의 생신이나 사순(四旬) 망오(望五, 41세) 오순(五旬) 육순(六旬) 등 중요한 생신을 맞이하여 효(孝)를 실천하고 왕실의 위엄을 세우기 위해 잔치가 열렸다. 이런 잔치를 진풍정(進豊呈), 진연(進宴), 진찬(進饌), 진작(進爵), 수작(受爵) 등으로 불렀다. 진풍정(進豊呈)은 왕이나 왕실 어른에게 풍정(豊呈)을 올리는 것으로 풍정이란 음식과 술을 풍성하게 올리는 것을 말한다. 잔치 명칭으로 풍정, 찬(饌), 작(爵) 등 음식이나 술의 의미가 담긴 글자를 쓸 만큼 궁중의 잔치에는 술과 음식이 마련하여 잘 차려냈다. 의식이나 규모에 따라 잔치의 명칭을 달리 불렀다. 진연은 진찬, 진작, 수작 보다 규모가 크며 격식을 갖춘 잔치를 가리킨다. 이에 비해 진찬, 수작 등은 절차와 의식이 간단한 잔치이다. 이러한 잔치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진찬의 경우 내진찬(內進饌)과 외진찬(外進饌)으로 구분되었다. 내진찬에는 임금과 그 일가친척이 주로 참석하였으며, 외진찬은 대신들이 참석하여 열렸다. 내진찬은 왕과 왕세자가 각각 주빈이 되어 이틀에 걸쳐 연회를 베풀었다. 왕이 주빈으로 하는 내진찬은 아침 일찍 열리는 정일진찬(正日進饌)과 밤에 열리는 야진찬(夜進饌, 야연)으로 나뉘었다. 결국 진찬은 한 번이 아닌 적어도 며칠간 3~5차례 걸쳐 연회를 베풀게 된다. 이렇게 궁중 연회가 베풀어지면 문안 제신, 왕족의 친인척이 참석하고 이 잔치를 준비하는 관리, 내관, 숙수, 궁녀, 군관, 여령, 악공 등 많은 사람들이 동원된다. 잔치가 결정되면 수개월 전부터 임시관청인 도감(都監)을 설치하여 절차를 의논하고 물자를 구입하고 잔칫날의 의식순서, 무용, 노래, 음식 등을 준비하였다. 날짜가 다가오면 연습도 하며 특히 음식은 연회의 일자에 맞추어 상차림의 크기, 그릇수, 음식내용을 정하고, 찬안(饌案) 또는 찬품단자(饌品單子)를 만들어 그것대로 마련하였다. 참석자들이 모두 모여 진연 또는 진찬이 시작하면 주빈인 왕족에게 치사(致詞, 축사)와 꽃을 올리는 진화(進花), 술잔을 올리는 진작(進爵) 등 중요한 의례절차가 있다. 그때마다 악공(樂工)이 음악을 연주하고, 여령(女伶)과 무동(舞童)이 정재(呈才, 무용과 노래)를 시연한다. 특히 진작은 주빈인 왕 또는 대비께 그 이하의 왕세자, 문무백관, 종친, 의빈 등 지위나 직급에 따라 순서를 정하여 술을 올리는 의식이다. 연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3작, 5작, 7작, 9작이라 하여 3~9번의 술잔과 미수(味數)라는 음식상을 함께 올리며, 그 의식과 함께 정재가 펼쳐진다. 궁중의 연회상차림에는 종류도 다양하다. 음식을 높게 고여 그 위에 종이로 만든 꽃(상화)를 꽂은 고임상인 찬안(饌案)을 비롯하여 민가의 입맷상에 해당하는 별찬안(別饌案) 또는 소별미 (小別味), 술과 함께 오르는 미수상, 대선(大膳)과 소선(小膳), 만두(진만두進饅頭), 탕(진탕進湯), 차(진다進茶), 야연에 차린 전철안(煎鐵案, 전골상), 찬합에 담은 진어과합(進御果榼) 등이다. 이 같은 내용은 진찬의궤(進饌儀軌), 진연의궤(進宴儀軌), 등록(謄錄), 음식발기(飮食件記) 등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잔치에 따라 상차림을 받는 대상, 상차림명, 사용한 기물, 음식명, 고임의 높이, 재료와 분량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조선시대 궁중 연회식 의궤 20종과 등록은 7종이 전해진다.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인 음식발기류는 500여점에 이른다..
- 제작자
-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 집필자
- 이소영
- 발행기관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 저작권자
- 한국문화원연합회
- 분야
- 한식[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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