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화

일명 ‘와각탕’이라고도 하는 모시조개탕은 모시조개만으로 끓인 탕이다. 바닷조개인 모시조개는 한글로는 ‘가무락조개’, 한자로는 ‘苧蛤’(저합), ‘毛枲蛤’(모시합), ‘蜆’(현), ‘玄蛤’(현합), ‘黃蛤’(황합), ‘白蛤’(백합) 등이라고 한다. 이름에서 할 수 있듯이, 조선시대 문헌에서 모시조개를 지칭할 때는 껍질의 색을 가지고 검고, 희고, 누렇다고 하여 현합, 백합, 황합이라고 기재하거나, 모시조개라는 이름을 한자로 표현한 이름이 많다. 다만, 민물조개인 재첩도 한글로 ‘가막조개’라고 하고, 한자로 ‘蜆’(현)이라고 쓰기도 해서 모시조개와 혼동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 「어명고(魚名攷)」에 따르면, ‘白蛤’(백합)인 모시조개는 서해와 남해에서 나며, 크기는 작지만 껍데기가 옥처럼 희고 겉에 가는 가로결이 있는 모양이 마치 흰 모시의 실오라기와 같아 민간에서 ‘苧布蛤’(저포합), 즉 모시[苧布] 조개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모시조개는 껍데기째로 삶아서 술안주로 쓰기도 하고, 소금에 절여 젓갈을 담근다고 소개하였다.(서유구 저, 이두순 평역, 2015: 297쪽) 비록 서유구는 모시조개를 백합이라 하고 껍데기가 흰 모시 같다고 하였지만, 모시조개는 껍질 색깔이 검다는 뜻을 지닌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그리하여 모시조개라는 명칭 이외에 인천, 영광, 함평에서는 ‘까무락’, 인천, 군산에서는 ‘까막조개’, 장흥, 보성, 고성에서는 ‘백대롱’ 혹은 ‘흑대롱’, 군산에서는 ‘대동’, 고창에서는 ‘다령’, 보령, 서천, 홍성에서는 ‘검정조개’, 서천에서는 ‘대롱’, 서산, 태안에서는 ‘까막’, 영덕에서는 ‘깜바구’라고 한다.(이두순 평설, 2015: 298쪽) 모시조개는 봄의 미각을 살려주는 식품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 냉이나 쑥, 소루쟁이 등 봄나물과 함께 된장국을 끓이거나, 그밖에 시금치국이나 아욱국, 당귀국, 연배추탕에도 모시조개를 넣고는 했다. 또한 모시조개무침, 모시조개죽, 모시조개젓 등은 물론 와각탕이라고도 하는 모시조개탕도 모시조개로 만드는 음식이다.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의 『음식디미방』(1670년경)에 따르면, 와각탕은 모시조개나 가막조개를 껍질째 씻어서 맹물에 입이 벌어질 때까지 삶아 국물까지 함께 떠서 내는 탕이다. 모시조개를 가막조개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지만, 둘을 구분하여 지칭한 것으로 보아 장계향이 말한 가막조개는 재첩으로 보인다. 이 음식은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 ‘황합(黃蛤)’에도 나오는데, 국물이 술안주로 아주 좋다고 평하였다. 그러면서 모시조개탕을 만들 때는 음력 2월에 살아있는 모시조개를 잡아 껍질째 약간의 물과 함께 가마솥에서 끓이되, 너무 익으면 조갯살이 저절로 떨어져서 먹기에 좋지 않으니 80퍼센트 쯤 익으면 먹으라고 했다. 한편 모시조개탕을 와각탕이라고 하는 이유는 김려(金鑢: 1766-1822)의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1803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일찍이 서울의 풍속을 보면 단옷날에 새로 모시조개[苧蛤]을 사서 껍질째 끓여서 탕을 만들어 먹었고, 이를 ‘와각탕(瓦殼湯)’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조개를 씻을 때 와각와각 소리가 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김려 저, 최헌섭․박태성 역, 2017: 309쪽) 이와 같이 김려는 와각탕을 음력 5월 5일인 단오에 먹는다고 했지만, 1800년대 말의 한글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모시조개를 물에 간장을 치고 끓인 탕을 음력 3월 3일, 즉 삼짇날에 만들어 먹으면 ‘외각탕’이라 한다고 썼다. 따라서 와각탕을 끓여 먹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달랐던 듯하다. 이렇게 세시음식으로 먹었던 모시조개탕이지만, 이 음식에 대해 이용기(李用基: 1870-1933)는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는 않았다. 그가 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1936) ‘와가탕(조개탕, 蛤湯, 苧蛤湯)’을 보면, 이 탕은 대개 술 먹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국이고, 제사에는 흔히 쓰이지만 평소에는 드물게 먹는 탕이라고 소개하였다. 다른 건더기나 고명도 넣지 않고 간도 하지 않고 그저 국물과 조갯살만 빼먹는 음식이라 별맛이 없고 그저 배틀한 맛이 날 뿐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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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 집필자
- 김혜숙
- 발행기관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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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야
- 한식[음식]
- 이미지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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