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제육볶음

제육볶음은 얇게 썬 제육, 즉 돼지고기를 양념하여 볶아낸 음식이다. 돼지고기볶음이라고도 한다. 한자어로는 猪肉炒(저육초)라고 한다. 황재(黃梓)가 1751년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경오연행록(庚午燕行錄)』 과 작자미상의 연행록인 1828년 『부연일기(赴燕日記)』 등 조선시대 청나라 연행기록 중에서 청나라에서 먹어본 음식 이름에 저육초라는 음식이 기록되어 있다.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의 『음식디미방』에는 가제육[家猪肉]이라는 음식의 조리법이 나타난다. 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집돼지’로 같은 책에 나타난 용어인 야제육[野猪肉, 멧돼지]에 반대되는 용어지만 이 책에서는 야제육은 삶은 멧돼지고기, 가제육은 집돼지고기 볶음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음식디미방』의 돼지고기볶음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산적의 반 정도 되는 두께로 썬 돼지고기를 기름지령, 즉, 기름, 간장으로 양념해 재운 뒤 밀가루(진가루)를 뽀얗게 묻힌다. 다시 간장, 기름을 쳐서 볶아서 익힌 뒤 후춧가루로 양념한다. 일제강점기에 출판된 요리책들에서는 제육볶음이라는 음식명과 함께 조리법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최근의 제육볶음에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간장을 사용해 양념한 것이 특징이다. 1934년 방신영(方信榮: 1890-1977)의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는 비슷한 방법의 두 가지 제육볶음 조리법이 나타난다. 첫 번째 방법을 기준으로 하면 조선요리제법의 제육볶음은 채썬 돼지고기와 표고버섯을 간장, 설탕, 후추, 파, 생강 등으로 양념하여 볶은 음식이다. 간장 대신 새우젓국에 볶으면 더 좋다고 하였다. 화학조미료 아지노모도의 판매촉진을 위해 제작된 요리책인 1935년 『사계의 조선요리(四季의 朝鮮料理)』에도 재료 중에 아지노모도가 포함된 것을 제외하고는 조선요리제법과 같은 방법의 제육볶음 조리법이 나타나있다. 1924년 이용기(李龍器: 1897- 1933)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의 제육볶음은 조금 다른데,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껍질 채 잘게 썬 돼지고기에 장, 파, 설탕, 후춧가루를 넣어 양념하여 볶는다. 부추를 한 치 길이로 썰어 넣고 볶은 다음 후춧가루를 뿌려 먹는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부추 대신에 껍질 채 파는 강낭콩[隱元豆]을 넣거나 두부를 넣어도 좋다고 하였다. 다만, 부추, 콩, 두부 중 한 가지만 넣어야 한다고 했다. 고명으로는 석이버섯이나 달걀지단을 채쳐서 얹어도 좋다고 하였다. 제육볶음에 고추장이나 고추, 고춧가루 등의 매운 양념을 사용하는 것은 1940년대 이후의 조리서에서 나타난다. 방신영은 1934년 『조선요리제법』에서 간장을 사용한 제육볶음 조리법을 기술한 것과 달리 1946년 『조선음식 만드는 법』에서 고추장과 고추를 넣은 제육볶음 조리법을 소개하였다. 『조선음식 만드는 법』의 제육볶음은 간장, 고추장, 파, 마늘, 생강으로 양념하며 볶는데, 다 될 때 쯤 볶은 고추를 이겨서(으깨서) 넣고 잠깐 뜸을 들인다고 하였다. 다 된 제육볶음은 접시에 담아 채친 알고명(달걀지단)을 얹어서 낸다. 이를 시작으로 1950년대 이후 많은 수의 요리책에서는 제육볶음 양념에 고추장, 고춧가루 등이 포함되기 시작하였으며 간장으로 맛을 낸 제육볶음 조리법은 점차 자취를 감췄다. 이에 따라 현재의 제육볶음은 고추와 고춧가루, 고추장등 매운 양념을 넣어 매콤하게 볶은 것을 뜻하게 되었다.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서모란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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