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화

어묵은 으깬 생선살에 밀가루를 섞어서 찌거나 굽거나 튀긴 음식을 뜻한다. 현대의 어묵은 꼬치로 꿴 어묵을 뜨거운 육수에 담가서 파는 음식을 지칭하기도 하고, 생선살로 만든 식재료인 어묵을 뜻하기도 한다. 어묵을 지칭하는 음식용어로는 가마보코(蒲鉾, かまぼこ), 오뎅(御田, おでん), 생선묵, 어묵 등이 있는데, 이 용어들이 시대별로 다양하게 혼용되어 왔다. 민간에서는 주로 가마보코, 오뎅 등의 외래어를 사용하였고 국어학계에서는 이를 생선묵이나 어묵 등으로 한국어로 고치고자 노력하였다. 시대별로 정리하자면 어묵은 조선후기 일본에서 유입되어 일본어 그대로 가마보코라고 불렸다. 광복 후에는 일본어의 잔재를 없애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선묵으로 고쳐 부르도록 하였다. 1980년대 쯤 부터는 오뎅(御田)이라는 이름의 제품이 등장하며 오뎅, 생선묵, 어묵이라는 용어가 혼용되었다 1990년대에는 다시 생선묵이 표준어에서 빠지게 되면서 현재는 어묵이 단독 표준어가 되었다. 이러한 복잡한 개명(改名) 과정을 거친 후 어묵이 표준어로 규정되었음에도 여전히 오뎅이라는 단어가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어묵의 의미로 사용 된 첫 번째 용어인 ‘가마보코’부터 살펴보면 이 용어와 유사한 음식용어가 조선시대부터 사용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740년경 출간된 『소문사설(謏聞事說)』은 생선살을 저며 여러 가지 소와 함께 찐 음식을 가마보곶(可麻甫串)이라 하였는데 이는 가마보코에서 차용하여 한자어로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궁중에서는 이와 비슷한 음식을 감화부(甘花富)라고 불렀는데 이 또한 가마보코라는 이름을 연상케 한다. 20세기 초반이 되면 조선에서도 가마보코가 생산, 판매되기 시작한다. 가마보코를 주로 판매하는 행상도 있었으며 인천, 군산, 목포, 마산, 부산, 원산 등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가마보코 공장이 생겨났다. 심지어 서울에도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던 현재의 명동 인근에 소규모 가내공장이 들어섰다(주영하, 2013). 가마보코라는 일본 음식 용어는 이후에도 널리 쓰인 것으로 보인다. 1949년 10월 9일 경향신문에는 한글날을 맞아 일본어가 쓰인 간판을 우리말로 바꾸자는 취지로 ‘한글학회’와 ‘한글전용촉진회’가 제안한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한편 가마보코와 함께 <경향신문>의 기사에 등장한 외래어 중 훗날 가마보코를 대신해 어묵의 이름이 된 오뎅도 있는데, 이 기사에서 오뎅은 꼬치안주로 바꿔 부르도록 안내하고 있다(<경향신문>, 1949년 10월 9일자).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가마보코를 생선묵으로 바꿔 부르는 일은 쉽게 현실화 되지 않은 모양이다. 이와 비슷한 기사가 1950년대를 거쳐 1980년대까지 신문기사에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경향신문>, 1981년 8월 11일자). 1980년대 경에는 일본어인 가마보코와 오뎅과 이의 대체어로 제시된 생선묵과 어묵이 혼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생선묵이라는 단어도 1990년대 이후 표준어의 자리에서 밀려난다. 1992년 <한겨레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국립국어원이 외래어와 맞춤법에 맞지 않는 식생활 용어 341가지의 개정에 대해 발표했다. 여기서 생선묵은 어묵으로, 오뎅은 꼬치(안주)로 순화하도록 하고 있다(<한겨레신문>, 1992년 11월 22일자). 현대의 어묵은 생선살로 만든 식재료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하고 그 어묵을 꼬치에 꿰어 뜨거운 육수에 담가 파는 음식명을 뜻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는 일본어 가마보코, 후자의 경우 오뎅에 가깝다.
- 제작자
-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 집필자
- 서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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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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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원연합회
- 분야
- 한식[음식]
- 이미지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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