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식기
식기 이미지

식기(食器)는 좁은 의미에서는 식사할 때 사용하는 그릇들이고, 넓은 의미에서는 식생활과 관련된 도구 전반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의 식기가 사용되는 범주는 식재료가 음식이 되는 조리단계에서부터 소비, 보관, 운반에 이르는 단계들로 나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식기는 생산된 음식을 조리하는 조리용구, 식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식사용구, 음식을 저장하는 저장용구, 음식을 운반하는 데 사용하는 운반용구 등으로 사용된다
. 예를 들어 식사용구는 발, 대접, 접시, 병, 잔, 합, 수저 등이 있고, 조리가공용구 솥, 냄비, 뚝배기, 내비, 바가지, 푼주, 바구니, 이남박, 시루, 소주고리, 떡판, 다식판 등이 있다. 저장용구는 뒤주, 합, 옹기, 독, 초병 등이 있고, 운반용구는 소반, 목판 등이 있다.

식기의 역사는 인간의 식생활과 함께 시작되었다. 신석기 시대의 음식을 담아 식사하고 보관하였던 빗살무늬토기, 식재료를 갈고 부수던 갈판과 갈돌 등은 한국 식기의 시원에 해당한다. 청동기시대에는 무늬가 없는 무문토기(無文土器)를 비롯하여 기능이 다양해진 각종 도기들과 목기류, 칠기류 등도 제작되었다. 삼국시대에는 신분제 사회가 정착되고 주식과 부식의 정착으로 인해 음식의 재료와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식기도 더욱 다양해졌다.
상류층을 위한 금은기나 도금기(鍍金器)가 제작되었다. 그리고 도기재질로 발, 대접, 고배, 잔, 제기, 항아리 등이 세분화된 용도의 식기와 제기들이 생산되었다. 또 삼국시대에는 도기 제작기술이 발달하여 고온 소성이 가능해짐에 따라 보다 단단해진 경질도기를 생산하였다. 통일신라 식기는 삼국의 식기문화를 그대로 이어오면서 유약을 사용하기 시작하여 그릇의 기능과 형태가 더욱 발전되고 세련되어졌다. 고려시대는 식기 중 도자기술에서 큰 변환기를 맞이한다.
당시 차문화의 발달로 인한 자기의 수요가 팽배해진 상태에서 월주요 장인들의 국내 유입으로 인한 기술 전래 그리고 국내 토착기술과의 접목으로 인해 드디어 국내에서도 자기를 생산할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고려시대 생산된 자기는 철분을 함유한 태토에 유약을 입혀 소성하면 푸른빛을 띠므로 청자(靑磁)라고 불렀다. 청자는 비취색에 가까운 자기로 조형과 기법 면에서 매우 뛰어나다. 식기를 단순히 음식을 담기 위한 용도나 집권자의 위세품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식기의 조형 자체에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는 단계로 식문화가 발전한 것이다.

고려시대 청자는 음식을 담는 실용기면서도 예술품과 비교하여도 손색없다는 점에서 식기의 제작 수준이 크게 도약했다고 볼 수 있다. 고려시대는 청자 외에도 철기, 금은기, 유기 등이 다양하게 발달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자기 중 백자, 유기, 목기가 식기의 주축을 이루고 이 외에도 도기, 금은, 돌 등 다양한 재질의 식기가 발달하였다. 조선시대 풍속화에서는 다양한 재질의 식기를 사용하여 식사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음식문화의 변화와 함께 식기문화도 더욱 다양해지고 완성단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한제국기에는 외국 식문화의 유입으로 양식기가 동반 수입되기도 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국내 식기 생산에 많은 제약이 생기고, 일본으로부터 저렴한 식기가 대량 유입되었다.

국내의 백자, 유기, 목기 제작이 비록 축소되기는 했으나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일제의 식민지 정책 속에서 일본이 전쟁 준비에 돌입한 1930년대 후반, 일본은 무기를 생산하기 위해 전통적인 식기인 유기를 공출이란 명분 아래 강탈해갔다. 수 년에 걸쳐서 이루어진 ‘유기공출’은 나라의 주권 상실이 결국 식기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유기와 자기의 생산이 일시적으로 늘기는 하였으나 곧 양은, 스테인리스, 플라스틱이란 신소재가 개발되어 전통 식기를 빠르게 대체하였다. 더불어 주거환경의 변화, 공장형 식기 제조공장의 설립과 기술의 발전, 신소재 개발, 일회용품의 증가 등은 식기의 재질과 형태에 급격한 변화를 몰고 왔다. 최근에는 식생활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식기의 재질과 종류는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이며, 일회용 소재의 식기부터 예술적 수준의 식기까지 그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구혜인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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