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산나물을 보내주기에(신숙주)
산나물을 보내주기에(신숙주) 이미지

늙은이 한 마음으로 한적함을 즐기는지라 산에 사는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게 되었네. 아침에 산나물 연하게 삶아 먹으니 도성과 산중의 즐거움이 한가지라네. 老夫一念愛閑適 已入山人夜夢中 朝來軟煮山蔬喫 城市山中滋味同 *신숙주, 「개경의 주지 일암이 산나물을 보내주기에 고마워서[謝開慶住持一菴惠山蔬]」 신숙주(申叔舟: 1417-1475)는 본관이 고령(高靈)이고 자는 범옹(泛翁), 호는 희현당(希賢堂) 또는 보한재(保閑齋)다.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 『보한재집(保閑齋集)』 등의 저술이 있다. 세조가 왕위에 오르는 데 공을 세운 공신이지만, 호에서 보듯 노년 한적한 마음으로 살고자 하는 뜻을 표방하였다. 이 시는 절친한 산중의 벗이 보내준 산나물을 받고 고마움을 표한 칠언절구다. 벗은 신숙주를 만나 함께 산을 유람하는 꿈을 꾸고 나서 그리움의 뜻을 담아 산나물을 보낸 것이다. 신숙주는 자신의 한적한 마음이 일암에게 전하여 그 꿈속에 들어간 것이요, 그 때문에 도성 안에서도 산나물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고마움을 표하였다. 서거정의 후배인 문경동(文敬仝: 1457-1521)은 성천사(聖泉寺)의 승려에게 보낸 시에서 “산나물을 밥에 싸서 먹고서, 마들가리로 등불 대신 밝히고. 여기에 샘물을 마신다면, 절로 속세의 정 사라지겠지[山蔬裹飯喫 榾柮代燈明 且飮泉中水 自然無世情]”라 하였으니, 산나물은 맑고 한적한 마음을 누리게 하는 매개물이 된다. 소세양(蘇世讓: 1486-1562) 역시 산나물을 받은 기쁨을 노래하여 “구름 머금은 채소 두 묶음에, 옥 같은 시 여러 편 보내주시니. 시를 읊고 산나물 데치자, 맑고 기이한 맛 절로 생기네(兩束含雲菜 聯篇碎玉詩 哦詩煮山菜 自覺助淸奇)”라 하였다. 산에 있기에 나물이 구름을 머금었다고 하고 그 때문에 맑은 맛이 난다고 한 표현이 돋보인다. 조선 후기 김진규(金鎭圭: 1658-1716)는 「산나물을 먹고[食山菜]」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산나물을 담았다. “산사에 오고 나서, 매일 산승과 밥을 먹네. 소반에 무엇 있나, 생선도 고기도 아니라네. 봄 산에 흙이 녹아, 골짜기 가득 온갖 산채. 고사리 싹이 살찌고, 두릅은 껍질 터지지 않았네. 산 아이 광주리 들고 가더니, 한 움큼 금방 캐오네. 맑은 샘물에 씻은 후, 늙은 전나무로 불을 지피니.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향긋하고 부드러워 나쁘지 않네. 이를 가지고 수저를 드니, 아침저녁 배를 불릴 만하네[自來山中寺 日伴山僧食 盤中何所有 非魚亦非肉 春山土脉融 雜菜滿深谷 薇蕨芽漸肥 木頭苞未拆 山童携筐出 采采動盈掬 洗以淸泉水 爨以老檜木 雖無大烹味 香嫩亦不惡 賴此加匙筯 足以飽朝夕]”라 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가난하지만 산나물 하나로도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박태순(朴泰淳: 1652-1704)은 「화산의 노래[花山曲]」에서 운치 있게 노래하였다. “나는 산나물 뜯어 기다릴 테니, 그대는 바다 소금 싣고 오세요. 산나물을 바다 소금에 무치고, 한 잔 술 있으면 절로 족하겠지요. 그대여 오늘밤 즐겁게 실컷 즐기세, 훗날 늘 그리워하게 하지 마시고[儂採山蔬待 君載海塩來 山蔬調海塩 自足侑一盃 請君且盡今宵樂 莫使他日長相憶].”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이종묵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문학]
이미지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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