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동뢰연도(순조와 순원왕후의 혼례상)
동뢰연도(순조와 순원왕후의 혼례상) 이미지

국혼(國婚)이란 왕, 왕세자, 왕자, 공주, 옹주, 왕세손 등 왕실의 혼인을 말한다. 국혼은 나라의 큰 경사로 왕실 가례(嘉禮)를 대표한다. 이는 조선왕조의 의궤 중, 가례도감의궤는 가례 중 다른 행사가 아닌 혼례를 의미하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왕실의 혼례에는 음식을 비롯한 많은 물자와 인력이 동원되었다. 왕의 혼례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루어진다. 납채(納采, 청혼서 보내기) 납징(納徵, 결혼 예물 보내기) 고기(告期, 혼인 날짜 잡기) 책비(冊妃, 왕비의 책봉) 친영(親迎, 별궁으로 가 왕비 맞이하기) 동뇌(同牢, 혼인 후의 궁중 잔치)의 순서로 진행된다. 동뢰는 신랑과 신부가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의미인데, 제사의 희생인 뢰(牢)를 같이 먹어 신랑과 신부가 결합하였음을 보여준다. 동뢰연의 순서는 실내에서 왕과 왕비가 절하는 의식(交拜禮)을 마치고 음식과 입가심 잔(근배)을 세 번 먹고 마신다. 동뢰는 간택부터 이어진 길고도 신중했던 혼례가 성혼으로 완성되는 단계로, 혼례에 참석한 인원들도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누고 즐기는 궁중잔치가 열리는데 그 연회를 동뢰연(同牢宴)이라고 한다. 즉 동뢰연은 혼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은 1802년(순조 2) 순조와 김조순의 둘째 딸 순원왕후 김씨의 혼례를 기록한 『순조순원왕후가례도감의궤(純祖純元王后嘉禮都監儀軌)』에 실려 있는 동뢰연도이다. 동뢰연도는 동뢰연 장소에 배열된 각종 상, 탁, 촛대, 술항아리(주준), 꽃항아리(화준) 등의 위치를 알기 쉽게 도해하고, 그 옆에 명칭을 적어놓았다. 동뢰연도에는 의궤의 반차도나 진연도와 달리 참석 인원과 음식은 그려지지 않아, 음식상을 비롯한 동뢰연 공간의 위차(位次)를 기록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 수 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랑인 순조와 순원왕후가 서게 되는 자리 앞에 찬안상(饌案床)이 놓이고 양측에 촛대와 과반(果盤), 중원반(中圓盤)이 놓인다. 신랑의 우측(신부의 좌측)부터 차례로 장공탁(長空卓), 향(香串之香佐兒)와 옥동자(玉童子香佐兒)가 놓인다. 그 뒷줄로 면협상(面挾床), 소선상(小膳床), 촛대가 놓이고, 그 뒷줄로 우협상(右挾床), 연상(宴床), 좌협상(左挾床), 대선상(大膳床)이 놓인다. 『국혼정례(國婚定例)』에 차려진 상차림에서 연상에 6종(음식의 종류단위) 32기(그릇의 단위), 좌협상에 10종 34사기, 우협상에 12종 36기, 면협상에 12종 30기, 중원반에 4종 8기, 과반상에 8종 48기 그리고 동뢰연도에는 보이지 않으나 초미상(初味床)에 8종 16기, 이미상(二味床)에 8종 16기, 삼미상(三味床)에 8종 16기 등을 올린다고 기록되어 있어 음식과 그릇의 수가 매우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동뢰연 중 대선상, 우협상, 좌협상에 오르는 주요 찬품은 유밀과이다. 연구에 따르면 유밀과 17종(중박계, 백산자, 홍산자, 홍마조, 유사마조, 송고마조, 홍망구소, 유사망구소, 백다식, 전단병, 유사미자아, 송고미자아, 백미자아, 적미자아, 첨수, 운빙)과 실과 6종(대추, 황율, 건시자, 실비자, 실진자, 실백자)의 총 23종의 찬품을 신랑과 신부상에 각각 올렸다. 유밀과를 진설하는 방법은 우리에 쌓아올려 상의 화려함을 드러내었다. 또 각각의 면협상에는 주종지우리[鑄鍾子亐里]에 채소 4기, 어육(魚肉) 4기, 건남(乾南) 4기, 전어육(煎魚肉) 3기를 차렸다. 영외(楹外)에는 신랑 측에 술항아리를 올리는 대주정(大酒亭), 향과 향합을 올리는 향안(香案)이 차려지고 신부 측에도 소주정(小酒亭)과 향안이 차려진다. 이 그림을 통해 당시 순조와 순원왕후의 동뢰연에 차려진 풍성하고 오색찬란한 상차림을 가늠해볼 수 있다.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구혜인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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