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도토리
도토리 이미지

도토리는 참나무와 떡갈나무 등의 열매로, 상수리나무 열매인 상수리와는 식물학적으로는 구분된다. 하지만 지금이나 조선시대에나 도토리와 상수리는 일상 속에서 별다른 구분 없이 사용되었다. 이만영(李晩永: 1748-?)이 편찬한 『재물보(才物譜)』라는 어휘사전을 보아도, ‘상실(橡實)’은 우리 말 ‘샹슈리’, ‘도토리’에 해당한다고 소개하였다. 그 밖의 각종 문헌에서도 상수리와 도토리라는 명칭은 혼용되었고, 실제 생활에서의 쓰임도 비슷하였다. 따라서 상수리와 도토리를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고, 일단 ‘도토리’ 또는 ‘상실(橡實)’로 통일해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상수리와 도토리는 구황식이나 일상식의 주된 재료로 쓰였는데, 특히 흉년이 들면 너무나 중요한 식량이었다. 우리 속담에 “도토리는 벌을 내려다보면서 열린다”는 말이 있다. 들판의 곡식이 흉년이면 도토리도 적게 열리고 들판이 풍년이면 도토리도 많이 열린다는 것이다. 풍년이 들면 어차피 도토리의 쓰임이 적은데도 도토리가 많이 열리고, 흉년이 들면 도토리라도 많이 먹고 싶지만 도토리마저 적게 열려 더욱 괴롭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속담은 정반대의 뜻으로도 쓰였다. 도토리가 들판을 내려다보고, 그 해 풍년이 들면 많이 안 열리고 흉년이 들 것 같으면 사람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많이 열리니 고맙다는 의미이다. 상반된 상황에서 쓰이지만, 도토리를 먹을거리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사실 들판에 풍년이 들거나 작황이 나쁘지 않은 가을이 되면, 도토리는 그야말로 “개밥의 도토리” 신세나 다름없었다. 먹을 곡식이 막 거둔 상황에서 사람들이 도토리에까지 눈길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리 구황에 대비하는 이들은 가을에 도토리가 익어 저절로 떨어지면, 부지런히 도토리를 주워다가 저장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속담에 “가을에 떨어지는 도토리는 먼저 먹는 것이 임자다”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은 가을에 떨어진 도토리처럼 임자가 없는 물건은 누구든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탄닌 성분 때문에 떫은맛을 제거해야만 식재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도토리지만, 그래도 제법 다양한 음식을 만들었다. 현재는 반찬이나 별미로 먹지만 식량이 부족한 시기에는 끼니를 대신하는 주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서는 도토리로 밥, 죽, 떡, 국수, 수제비 등을 해먹기도 하고, 도토리장, 도토리묵, 도토리전, 도토리다식, 도토리술도 해 먹었다. 이 가운데 떡, 죽, 다식, 국수, 전 등과 같은 음식은 도토리가루를 써서 조리한 것이다. 조선시대에 도토리가루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고, 이러한 방법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는 이규경(李圭景: 1788-1863)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나오는 방법인데 도토리 열매의 껍질을 절구에 찧어 벗겨내고, 대강 부순 것을 진한 잿물을 부은 가마솥에서 세 번 정도 푹 삶는다. 그런 다음 도토리를 건져 내 맑은 물에 담가두고 떫은맛을 우려내는데, 하루에 세 번 물을 갈아주면서 4, 5일을 둔다. 더 이상 쓰고 떫은맛이 나지 않으면, 물에서 건져 햇볕에 바싹 말린 다음 찧어서 가루를 내되 체에 쳐서 고운 가루를 낸다. 또 하나는 『윤씨음식법』(1854 추정)에 보이는 방법으로, 도토리의 겉껍질을 제거하고 열매를 쪼갠 것을 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낸다. 그런 다음 도토리의 속껍질을 벗기고 끓는 물에 데친 후 맷돌로 갈아 녹말을 만들 때처럼 가라앉힌다. 물은 따라내고 가라앉은 앙금을 햇볕에 말린다. 앙금이 다 마르면, 빻아서 체에 친다. 이렇게 만든 도토리가루는 잘 보관했다가, 식량이 부족하거나 별식을 만들 때에 그때그때 꺼내서 각종 도토리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한편 도토리의 떫은맛을 우려내고 물을 부으며 곱게 간 것을 삼베주머니나 체에 거른 다음 가라앉힌 전분을 풀처럼 쑨 다음에 그릇에 담아 굳힌 것이 도토리묵이다. 도토리묵으로는 흔히 무침이나 양념장을 끼얹어 먹지만, 도토리묵밥, 도토리묵나물, 도토리묵전, 도토리묵조림, 도토리묵장아찌, 도토리묵튀김이 여러 지역에서 향토음식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김혜숙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식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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