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화

1882년(壬午, 고종 19) 당시 왕세자였던 순종(純宗: 재위 1907-1910)의 가례를 위한 초간택에 제공된 상차림과 음식내용을 기록한 음식발기에 보면, 어상(御床)에 차린 음식은 각색병, 약식, 전복초, 화양적, 전유어, 족편, 신선로, 수란, 배 유자 등 과일, 배숙 등이다. 달걀을 중탕하여 반숙으로 찐 달걀요리인 수란(水卵)이 등장한다. 수란은 혼례 관련 행사뿐 아니라 다례, 진찬 등 궁중 의례에 오르는 계란으로 만든 음식이다. 1907년(광무 11) 1월 28일에 명성황후 민씨(明成皇后: 1851-1895)의 위패를 모신 경효전(景孝殿)에서 행한 별다례(別茶禮)의 제수로 올랐고, 1848년(헌종 14) 순원왕후 김씨(純元王后 金氏: 1789-1857)의 육순을 경축하기 위해 베푼 연향에서도 수란이 마련되었다. 1800년대 말의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수란을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나온다. “수란(국)자에 먼저 기름을 조금 쳐야 수란이 붙지 않는다. 수란(국)자 가장자리에 달걀을 깨서 붓고 물이 팔팔 끓을 때 넣어 물에 잠기게 하여 익힌다. 다 익으면 냉수에 담갔다가 건져 가장자리를 가지런히 정리하여 접시에 담는다. 고추와 청파를 4푼(1.2cm) 길이씩 잘라 가늘게 썰어 열십자로 얹고 잣가루를 뿌린다”고 하였다. 수란국자 하나에서 하나의 수란음식이 만들어진다. 수란을 전용으로 만드는 조리도구가 따로 있었다. 흔히 수란기, 수란뜨개라고도 부르는데, 마치 국자 3개를 묶어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수란뜨개를 이용하면 여러 개의 수란을 빨리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도구의 개발과 사용으로 볼 때 수란은 많이 이용되었던 음식임을 짐작케 한다. 1848년 궁중 연회에 오른 수란 한 그릇의 재료를 살펴보면, 계란 50개, 파 반단, 고추 5개, 잣 5작이다. 50개의 수란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란뜨개의 사용이 절실했을 것이다.
- 제작자
-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 집필자
- 이소영
- 발행기관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 저작권자
- 한국문화원연합회
- 분야
- 한식[음식]
- 이미지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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