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화

고려 말 학자인 이색(李穡: 1328-1396)의 『목은집(牧隱集)』에 ‘종덕부추팔관개복다식(種德副樞八關改福茶食)’이란 제목의 시에는 다식을 잘게 씹으면 단맛이 치설 가운데 감돈다는 구절이 있다. 다식(茶食)은 팔관회(八關會)에 쓰인 것으로 고려 때 연회나 의례의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그 맛은 달고 연했던 것이다. 다식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가루로 만들어 꿀과 조청으로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낸 것으로, 자연의 색과 더불어 정교한 다식판의 문양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과자이다. 다식은 주재료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는데 송홧가루로 만든 것은 송화다식, 승검초가루를 만든 것은 승검초다식이라 하고 콩가루로 만든 콩다식, 검은깨로 만든 흑임자다식, 쌀가루로 만든 쌀다식, 밀가루를 누릇하게 볶아 만든 진말다식, 황률가루로 만든 밤다식, 녹말가루에 오미자로 색을 들인 오미자다식(녹말다식), 녹말 중에서도 생강전분으로 만들면 강분다식, 칡녹말로 만든 갈분다식 등이 있다. 혼례와 축하용은 노란색, 초록색, 붉은색, 흰색, 검은색 등 오색다식을 화려하게 고인다.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허균은 안동의 다식, 밀양과 상주에 밤다식이 유명하다고 했다. 특히 안동 사람들이 만든 다식은 매우 맛이 좋다고 칭찬하였다. 1450년경 의관 전순의(全循義: ?-?)가 쓴 『산가요록(山家要錄)』에는 안동다식법이 나온다. ‘밀가루 1말을 누렇게 볶아 꿀 1되, 참기름 8홉을 버무려 반죽한다. 암키와(女瓦, 평평하고 넓적한 모양의 기와)에 먼저 희고 굵은 모래를 깔고 다음에 깨끗한 종이를 펴고 다식을 나란히 늘어놓고 또 암키와로 덮어 위아래 약한 불로 하여 다식을 익힌다. 청주를 조금 넣어도 되고 솥에서 구울 때는 기와를 쓰지 않는다’고 하였다. 안동다식은 볶은 밀가루에 꿀과 참기름을 넣고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은 뒤 기와 사이에 놓고 굽는 방식으로 만든다. 1670년경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이 지은 『음식디미방』이란 책에 나오는 ‘다식법’도 이와 같은 방법이다. 즉 안동다식법을 기록한 것이다. 수(壽), 복(福), 만(卍)이라는 글자나 꽃, 새모양을 새긴 다식판에 박기 때문에 다식의 문양을 실로 아름답다.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남다른 기술을 선보인 다식이 있다. 검은깨로 만든 흑임자다식이다. 유중림(柳重臨: 1705-1771)이 쓴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기록된 ‘거승다식(巨勝茶食, 흑임자다식)’ 따르면 검은 깨를 9번 찌고 9번 말려 비벼서 거친 껍질을 제거하고 향이 나게 볶은 다음 가루를 내서 꿀을 넣어 반죽하여 다식판에 찍어내는데, 다식판에 찍어낼 때 먼저 백사탕 가루를 꽃과 새 무늬 있는 틀에 넣고 그다음 꿀로 반죽한 깨 반죽을 넣어 찍어 내면 검은 바탕에 하얀 무늬가 있어 아주 아름답다는 것이다. 1809년 『규합총서(閨閤叢書)』를 쓴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 1759-1824)는 흑백이 분명하여 검은 비단에 흰 실로 글자를 수놓은 듯하다고 했으며, 설탕을 잘못 놓아 여러 곳에 묻으면 깔끔하지 못하니 정교하게 만들기를 권했다. 『윤씨음식법(1854 추정)』에는 ‘효도찬합음식’이라 하여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안팎 사돈끼리 생일날 같은 때에 보내는 음식선물 내용에 다양한 다식 종류가 등장한다. 황률다식, 송화다식, 흑백깨다식, 잣다식, 잡과다식, 상실다식, 당귀다식, 용안육다식, 전복다식, 건치다식, 광어다식, 포육다식이다. 다식의 재료로 깨나 밤, 콩가루, 송홧가루 이외에도 전복이나 광어, 꿩, 소고기를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다식판에 찍어서 선물음식, 마른안주나 좌반, 노인의 반찬으로 사용하였다.
- 제작자
-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 집필자
- 이소영
- 발행기관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 저작권자
- 한국문화원연합회
- 분야
- 한식[음식]
- 이미지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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