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화

누룽지란 밥을 짓는 과정에서 솥바닥에 눌어 붙은 밥을 뜻한다. 누룽지를 한자어로 표기할 때는 취건반(炊乾飯) 초반(焦飯) 황반(黃飯) 건구(乾糗) 등으로 표기한다. 조선시대 누룽지는 보관이 용이해 집을 떠나 여행을 갈 때 밥을 대신해 먹는 음식 중 하나였다. 한 예로 1655년 6월부터 남용익(南龍翼: 1628~1692)이 종사관(從事官)으로 일본을 다녀와 남긴 부상록에서는 조선으로 돌아오는 길에 쓰시마섬 니시도마리우라[西泊浦]에서 누룽지를 끓여 먹은 후 맛이 좋았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누룽지는 숭늉으로도 만들어 환자를 치료할 때도 쓰였다 동의보감에서 누룽지에 대해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이내 토하는 열격이라는 병을 오랫동안 앓은 사람을 치료할 때 쓰인다고 하면서 이때 오래된 누룽지를 급하게 내려가는 물로 푹 삶아 숭늉을 만들어 마시게 한다고 했다. 간식용 구황음식으로도 누룽지는 쓰였는데 조선후기 유학자 심노숭(沈魯崇: 1762~1837)이 자신의 유배생활에 대해 자세히 기록한 남천일록(南遷日錄)에는 시골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룽지를 주머니에 쌓아놓고 소매로 감추어 가며 먹는다고 하면서 시골 아이들은 누룽지를 소처럼 먹는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흉년이 들면 주가(主家)에서는 누룽지로 대접하고 자신 역시 누룽지를 부셔서 먹었는데 누룽지를 오랫동안 먹으면 이빨이 아프고 또 체한다고 경고한다. 누룽지와 관련된 속담 중에 “누룽지를 길에 버리면 복 나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의 뜻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먹을거리는 버리지 말라는 일종의 금기이다. 누룽지를 이용한 또 다른 속담으로 “누룽지라도 주고 달리랬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무엇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하찮은 것이라도 대가를 치러야함을 뜻한다. 위 속담들에서 누룽지는 하찮은 것을 상징하는 표현이다.(정종진, 2006) 누룽지가 하찮은 것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밥을 지을 때 나오는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민지시기 시기에 누룽지는 가난을 상징하는 음식이기도 했다. 한 예로 1933년 5월 9일 <동아일보> 석간에는 한강에서 뱃놀이를 하던 남녀가 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속보로 다루면서 사망한 두 남녀 모두 어려운 집안 형편이었음을 드러내기 위해 사망한 남자의 집안에 62세 조모와 20세의 남동생이 "세부란스 병원에서 버리다시피 하는 누룽지를 사다가" 먹을 정도로 생활이 궁핍했다고 서술했다. 1960년대에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혼분식장려와 절미(節米)운동 등 다양한 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던 한국정부에게 쌀밥을 지을 때 생기는 누룽지는 쌀 소비를 늘어나게 하는 요인으로 여겼다. <동아일보> 1962년 4월 5일 기사에 따르면 연간 3만여 석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획하에 육군에서 누룽지가 만들어지지 않는 솥 밑받침을 생산 사용할 계획이라고 할 정도로 1960년대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부산물인 누룽지마저 줄여서 쌀 소비를 줄이려고 했다. 최근 누룽지는 따로 시중에서 사먹야 하는 추억의 간식 또는 다이어트 식품이다. 누룽지가 더 이상 일상적 음식이 되지 않게 된 배경에는 1980년대 이후 본격화 된 전기밭솥의 보급에 있다. 전기밥솥은 밥짓기에 새로운 장을 열었는데 특히 기계장치를 통한 정확한 열 조절은 밥을 잘 눌어붙지 않게 했지만 더 이상 부산물로서 누룽지가 밥 짓는 과정에서 나오지 않게 했다. 그렇게 누룽지는 집이 아닌 전문적으로 누룽지를 제조하는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됐다.
- 제작자
-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 집필자
- 이민재
- 발행기관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 저작권자
- 한국문화원연합회
- 분야
- 한식[음식]
- 이미지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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