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화

1848년(헌종 14) 3월 17일, 순원왕후 김씨(純元王后 金氏: 1789-1857) 김씨의 육순을 경축하기 위하여 베푼 진찬에서 대왕대비에게 올린 진어별찬안(進御別饌案)에 올린 음식으로 ‘청포채(靑泡菜)’가 있다. 청포(靑泡)는 녹두묵을 말한다. 녹두묵을 채 썰어서 고기, 채소, 버섯 등을 초간장에 버무린 음식으로 영조의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에서 먹었다고 탕평채로 더 잘 알려졌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탕평채를 3월내 시식(時食)으로 먹는다고 하였다. 별찬안에 오른 청포채의 재료는 녹두(菉豆), 치자(梔子), 저각(猪脚, 돼지다리), 계란(鷄卵), 수근(水芹, 미나리), 실백자(實柏子, 잣), 진유(眞油, 참기름), 호초말(胡椒末, 후춧가루), 고초(苦椒, 고추), 간장(艮醬), 식초[醋]이다. 재료 중에 치자는 황색의 치자나무 열매로 노란색을 낼 때 쓰인다. 1800년대 말의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나오는 ‘제물묵’의 조리법을 통해 치자의 용도가 짐작된다. ‘청포는 녹말로 하는데, 눅고 되기를 맞추어 쑨다. 치자물을 들여 쑤면 노랑묵이 곱다’고 했다. 녹두묵에 치자에서 우러나온 황색의 물을 들여 노란 묵을 만드는데, 이를 황포(黃泡)라고 한다. 방신영이 쓴 1921년판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의 탕평채 조리법으로 궁중 연회에 오른 청포채의 모습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노랑묵을 채치고 미나리를 잘라 소금에 잠깐 절였다가 기름에 볶아 넣고 편육과 제육편육을 채 쳐 넣고 또 황화채(원추리꽃 말린 것)와 목이를 채 쳐 넣은 후 간장과 초를 치고 무쳐서 접시에 담고 고춧가루를 조금 뿌린다.
- 제작자
-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 집필자
- 이소영
- 발행기관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 저작권자
- 한국문화원연합회
- 분야
- 한식[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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