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나박김치
나박김치 이미지

나박김치는 무나 순무를 납작하게 썰어 국물이 있게 만드는 김치로, 산갓을 넣어 담기도 하여 ‘산갓김치’라고도 부린다. 나박김치는 1년 내내 아무 때나 담아먹지만, 대개는 김장김치의 묵은 맛에 질릴 즈음에 산뜻하게 담아 먹는 봄김치로 여겨졌다.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도 겨우내 움에 저장해두었던 무와 파, 무에서 돋은 싹으로 정월에 나박김치를 만들면,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하였다.(「나복황아저(蘿葍黄芽葅)」) 이외에도 나박김치에는 움에서 자란 당귀의 싹을 넣어 먹으면 아주 맛이 좋다고도 했다.(「당귀줄기[當歸莖]」) 비록 봄이 되어 땅에서 솟은 새싹은 아니지만, 추운 겨울 움에서 자란 무 싹과 당귀 싹을 넣은 나박김치를 먹으며 미리 봄을 맛보았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 1759-1824)의 『규합총서(閨閤叢書)』 ‘산갓김치’를 보면, 나박김치는 봄의 뜻을 먼저 알리는 김치여서 ‘보춘저(報春菹)’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춘 때에 무를 가늘게 깎고 미나리, 순무, 파 등을 넣어 심심한 나박김치를 담가 따뜻한 곳에 두었다가, 익을 즈음에 끓는 물에 숨을 죽인 산갓을 나박김치에 넣는다. 그런 다음 나박김치 항아리를 여러 번 종이로 두껍게 덮고, 다시 솜옷을 눌러 더운 곳에 두었다가 먹을 때 간장을 타 먹으라고 했다. 나박김치는 한자로는 무를 의미하는 ‘蘿薄(나박)’이라는 명칭으로 쓰기도 하지만, 종이와 솜옷으로 항아리 입구를 꼭 막았다가 먹기 때문에 ‘폐옹채’라는 별칭이 있다. 이공(李公: ?-?)의 『사류박해(事類博解)』에서는 ‘나박침’를 ‘폐옹채(閉甕菜)’라 하였고, 이가환(李家煥: 1742-1801)의 『물보(物譜)』에도 ‘폐옹채(閉瓮菜)’라는 명칭이 보인다. 익힐 때는 물론이고 꺼내 먹은 뒤에도 공기가 드나들지 않도록 항아리 입구를 종이, 두꺼운 옷이나 이불 등으로 잘 덮어두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유중림(柳重臨: 1705-1771)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의 ‘산갓김치’를 보면, 이 김치를 민간에서는 ‘나박김치’라고 부르는데 나박김치 항아리에 바람이 들어가면 김치의 맛이 써지므로 단단히 싸매야한다고 했다. 이와 같이 맛이 써지는 이유는 산갓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용기(李用基: 1870-1933)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산겨자김치(山芥葅 산갓김치)’에 자세하다. 이용기에 따르면, 산갓은 석왕사(釋王寺)에서 흔히 나고, 지리산에서 나는 것이 제일 좋은데 봄에 산갓김치를 담그면 맛이 맵고도 좋다. 다만, 뚜껑을 꼭 덮어서 기운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야 하며 기운이 빠져나가면 김치 맛이 써진다는 것이다. 나박김치는 반찬으로도 밥상에 올리지만, 제사를 지낼 때나 냉면을 말아먹을 때 쓰는 김치이기도 했다. 1800년대 말의 한글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따르면, ‘냉면(令麵)’을 산뜻한 나박김치나 좋은 동치미 국물에 말라고 하였고, 또한 ‘졔 김치’, 즉 제사 김치라 하며 무를 납작하고 네모나게 골패 모양으로 썰어 나박김치를 담그되 파, 고추, 마늘, 생강도 넣어 익혀서 쓰라고 했다.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김혜숙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음식]
이미지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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