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구절판(진 구절판과 마른 구절판)
구절판(진 구절판과 마른 구절판) 이미지

구절판(九折板)은 그릇의 이름이지만, 아홉 칸에 색깔이 다른 갖가지 음식을 채워 넣은 음식의 이름이기도 하다. 본래는 가운데에 밀전병을 부쳐 담고, 주위에는 고기와 채소 등을 볶은 것을 구절판 그릇에 담아내어 큰 잔치 때 술안주로 올리는 음식을 가리켰다가 점차 견과류와 육포 등의 마른 안주류를 구절판에 담은 것도 구절판이라 부르게 되었다. 1970년대 초반부터 이를 구분하여, 밀전병이 들어가는 음식을 ‘진구절판’으로 부르고, 마른안주가 담긴 구절판을 ‘마른 구절판’이라 부르며 구별하였다. 현재 마른 구절판은 혼례 때 시부모에게 폐백을 드리는 폐백상에 거의 빠짐없이 오르는 음식이다. 폐백에서는 신부가 시부모나 시댁 어른들께 술잔을 올리고 절을 드리는 절차가 중요한데, 이때 신부의 술을 받은 사람들은 술을 마신 뒤 구절판에 담긴 음식으로 안주를 한다. 구절판은 그릇이나 그 안에 담긴 음식이 다채로워 장식적 효과도 크지만, 폐백상 위의 다른 음식에 비해 헐어서 안주하기가 좋다는 편리성 때문에 폐백상을 차릴 때 대부분 준비한다. 1935년 11월 9일자 <동아일보> 기사 「가을요리(六) 내 집의 자랑거리 음식 구절판, 배추무름」을 보면, 홍승원(洪承媛) 씨가 자기 집의 자랑할 만한 음식 중 하나로 구절판을 들었다. 술안주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하였는데, 정육과 천엽은 가늘게 썰어 육회처럼 재어놓고, 콩팥과 양(羘)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양념하여 잠깐 볶는다. 당근, 오이나 미나리, 표고버섯도 채 쳐서 볶아놓고, 배는 채쳐서 칸마다 담고 잣가루를 뿌린 후 달걀과 밀가루를 섞어 부친 밀전병을 둥글게 오려 가운데에 놓는다. 이 전병에 여덟 가지 재료를 조금씩 놓고 싼 뒤 초장에 찍어 먹는 음식이 구절판이라고 소개하였다. 이러한 구절판은 가운데에 얇게 부쳐 그릇 등으로 눌러서 둥글게 모양을 낸 전병을 놓는 것은 비슷하지만, 전병의 재료나 주위의 여덟 가지 음식은 시기나 만드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났다. 먼저 전병은 주로 밀전병을 썼으나, 메밀전병이나 찹쌀전병을 쓰기도 했다. 또한 여덟 가지 재료를 보면, 1940년 홍선표(洪善杓: ?-?)의 『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1940)에 실린 ‘구절판’은 밀전병 외에 연한 고기, 미나리, 표고버섯, 소의 양, 천엽, 달걀지단 흰자 채 친 것, 달걀지단 노른자 채 친 것, 숙주나물, 무나물을 썼다. 또 1943년 나온 조자호(趙慈鎬: 1912-1976)의 『조선요리법(朝鮮料理法)』(1943)에서는 메밀전병 이외에 구절판의 놓은 음식의 재료는 양, 천엽, 콩팥, 무나물, 숙주나물, 미나리, 표고버섯, 석이버섯의 8가지였다. 손정규(孫貞圭: 1896-1955)의 『우리 음식』(1948)에 보이는 구절판은 찹쌀부침을 가운데에 담고, 소고기, 양, 천엽, 표고버섯, 죽순, 생전복, 생새우 또는 게살, 오이를 주위에 둘러 담았는데, 찹쌀부침에 싸서 초장이 아니라 겨자즙을 찍어 먹었다. 현재는 색의 배합을 신경 써서 구절판을 만들고 있고, 천엽, 양, 콩팥 같은 재료는 거의 쓰이지 않는 대신 버섯류와 채소류가 더 많이 쓰이는 점이 달라졌다.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김혜숙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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