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고추
고추 이미지

고추는 가지과의 식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매운맛 양념 중 하나이다. 한자어로는 苦草 苦椒(고초), 南蠻草(남만초), 南椒(남초), 倭草(왜초), 唐椒(당초), 番草(번초) 등이 있다. 이처럼 옛 문헌에는 고추를 뜻하는 다양한 한자어가 등장한다. 우선, ‘남만초(南蠻草)’라는 한자어는 1614년 이수광(李睟光, 1563-1628)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등장한다. 『지봉유설』에는 남만초를 왜개자(倭芥子)라고도 하는데 왜국(일본)에서 들여왔다고 하여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또, 술집에서 소주에 타서 팔기도 하였는데 이를 마신 사람 대부분이 죽었다고 하였다.

1700년대 홍만선(洪萬選:1643∼1715)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는 남초(南椒)가 남만쵸(남만초)이며 일명 왜초(倭草)라고 하였다. 이중 남초는 천초(川椒)를 뜻하는 한자어로도 사용되었으며 왜초는 조선시대에 일본 담배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는 번초(番草)라고 하였는데 맛이 맵고 설질이 매우 더우며 많이 먹으면 화기를 일으키거나 종기가 나고 태아가 떨어진다고 하였다.

‘고추’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1810년경으로 보인다. 1809년 저술 된 것으로 알려진 빙허각 이씨(憑虛閣李氏: 1759-1824)의 1809년 『규합총서(閨閤叢書)』에 고추를 뜻하는‘고쵸’란 단어가 많이 나온다. 이 책에는 고쵸가 섞박지 등의 양념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고쵸장(고추장) 만드는 법도 소개되어 있다. 이를 시작으로 수입 식재료인 칠리페퍼(chili pepper)가 한반도에서 ‘고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주영하, 2014).

고초는 당초(唐椒)라고도 불렀다. 1937년 9월 17일자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의 저자인 홍선표(洪選杓: 1872-?)는 고초를 당초라고 쓰는 것으로 미루어 당나라 때 들어온 것으로 보이나 역사나 사기에 기록된 바는 없다고 하였다. 또 구전에 따르면 상고시대에 중국이 조선을 저주하여 두 가지를 보냈는데, 한 가지는 망건으로 머리를 동여매게 하여 뇌 발달을 막은 것, 그리고 한 가지는 고추를 먹여 건강을 해치도록 한 것 이라고 하였다. 또 고추는 세계적으로 먹고 있으나 우리나라사람 같이 많이 먹는 나라는 없다고 덧붙였다. 고추의 원산지는 남미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미주,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북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서 재배된다.

한반도에 고추가 유입된 시기는 임진왜란 전후로 보고 있다. 고추의 한반도 유입시기에 대한 설은 현재 두 가지로 추려지는데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고추가 유입된 것으로 보는 설과 임진왜란 전에 이미 한반도 일부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었으나 임진왜란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퍼졌다는 설이 있다. 16세기 후반 경에 한반도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한 고추는 빠른 속도로 조선인의 식생활에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실록』 순조 32년(1832) 7월 21일 기사에 따르면 7월 12일에 영길리국(英吉利國:잉글랜드)의 배로 추정되는 배가 서산과 태안 사이에 정박했다고 한다. 그 후 그 배의 사람들이 식량, 반찬, 채소, 닭, 돼지 등의 품목을 적은 물목단자(物目單子)를 보내며 식량을 요청했다. 공충감사(公忠監司) 홍희근(洪羲瑾)은 이때 소, 돼지, 닭, 물고기, 채소, 담배, 종이 등과 함께 생강 20근, 파뿌리 20근, 마늘뿌리 20근, 고추 10근을 보내주었다고 하였다. 이것을 통해 1800년대가 되면 이미 파, 마늘, 생강과 함께 고추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양념류이자 필수 식재료의 하나가 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현대 한국에서는 다양한 음식에 고추를 사용하는데, 이때 음식에 따라서 다른 형태의 고추를 사용한다. 고춧가루도 굵기에 따라서 굵은 것은 풋김치나 열무김치, 겉절이에, 중간 굵기는 배추김치, 섞박지 등에, 고운 고춧가루는 고추장을 담그거나 전골, 생채를 만들 때 사용한다.

실고추는 주로 나물이나 탕에 고명으로 사용되며 풋고추는 양념장이나 젓갈을 무칠 때, 삭힌 풋고추는 동치미나 김치에 고루 사용된다. 고추에 관한 대표적인 속담으로는 “작은 고추가 맵다”가 있는데 덩치가 작은 사람이 어떠한 일에 더욱 뛰어난 면모를 보일 수 있다는 뜻으로 사람을 키나 덩치에 따라 판단하면 안된다는 교훈이 담겨 있는 속담이다.
다른 속담으로는 “고추보다 후추가 더 맵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그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관용어구로는 “고추 먹은 소리”라는 말이 있는데 못마땅하게 여기는 말투를 뜻한다.

고추는 한반도에서 ‘남아(男兒)’의 상징으로 통하기도 한다. 한국의 전통사회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부정을 막기 위해 금줄[禁绳]을 쳤는데, 태어난 아이가 남아인 경우에만 금줄에 붉은 고추가 함께 걸렸다. 또한 고추는 부정한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장을 담글 때 장항아리에 안에 붉은 고추를 함께 넣거나 고추와 숯을 함께 꿰어 장항아리에 두르는 것도 그러한 의미이다.

고추는 종종 한국인의 기질을 설명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1928년 <동아일보> 기사에는 거지들의 모양새를 줄줄이 나열하면서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도 ‘조선인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은 고춧가루를 많이 먹어서 웬만한 것에는 자극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는 재미있는 해석을 덧붙였다(<동아일보> 1928년 9월 5일자). 또한 한국 운동선수들의 끈기와 지구력을 표현할 때 한국인이 즐겨먹는 고추와 같은 매운 음식을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서모란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식재료]
이미지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빠른 이동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