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계피
계피 이미지

계피(桂皮)는 녹나무과에 속하는 생달나무의 나무껍질로 약재, 과자, 음식 및 향료의 원료로 쓰인다. 후추, 정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신료 중 하나이기도 하며 시나몬이라는 이름으로 음식 재료로 활용된다. 건조된 나무껍질은 동그랗게 반쯤 말려 있다. 주로 중국의 남부, 일본 남부, 월남, 캄보디아, 태국 등에서 자생하는데, 맛은 맵고 단맛이 나고 뜨거운 성질이 있다. 이 뜨거운 성질은 비위의 기능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소화기가 차서 소화 장애가 있거나 복부가 차서 일어나는 복통 설사나 구토 등에 활용된다. 그래서인지 차가운 음료 중 하나인 수정과에 바로 이 뜨거운 성질을 가진 계피가 활용된다. 차갑게 먹지만 뜨거운 기운을 가진 계피 덕분에 수정과는 소화에 도움이 되는 음료로 인식되고 있다.

1957년에 한희순, 황혜성, 이혜경 등이 발간한 궁중음식 조리서인 『이조궁정요리통고(李朝宮庭料理通考』(1957)에서 설명하는 수정과 만드는 방법은 생강을 얇게 썰어 물을 붓고 끓이는데 이때 계피와 통후추를 함께 넣고 끓인다. 이것을 체에 걸러 설탕을 넣고 다시 한소쿰 끓여 항아리에 넣고 미지근할 때에 곶감을 넣은 후 잘 덮어서 서늘한 곳에 두었다가 하룻밤 지나면 먹는다. 상에 놓을 때에 함께 끓였던 곶감을 담고 거기에 고명으로 잣을 띄워서 먹는다. 계피를 음식이 아닌 약으로 활용된 예로는 1766년에 유중림(柳重臨: 1705-1771)이 편찬한 농서인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기록이 있다. 여러 가지 과일을 먹고 중독이 되었을 때는 계피나무껍질[桂皮]을 진하게 달여 먹으면 된다고 설명하였다. 그렇다고 계피가 꼭 약재로만 활용된 것은 아니었다.
수정과의 재료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강정이나 다식의 재료로도 활용되었다.

이용기(李用基: 1870-1933)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계피강정(桂皮江丁)’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잣강정과 같은 방법으로, 계피를 깨끗한 것으로 하여 가루를 만들어 묻힌다고 하였다. 이 위 두 가지는 일반가정에서는 만들지 않았고 궐내에서나 궁가에서 만들었다고 하였는데, 이는 『진연의궤(進宴儀軌)』(1902)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계백강정(桂栢强精)’이라 하여 계백강정 1그릇의 고임높이를 1자 1치로 하고, 계피강정과 잣강정 각각 450개씩 만들 수 있는 찹쌀, 술, 꿀, 참기름, 백당, 계핏가루, 잣, 풀솜 등 재료의 분량을 설명하고 있다. 또 ‘계강흑임자송화차식’ 2그릇을 고임높이 1자 2치로 만들기 위하여 계피, 생강, 검은깨, 송화다식 각 500개씩 만들라고 하면서, 그에 필요한 검은깨, 송화, 생강가루, 계핏가루, 꿀 등의 분량을 제시하였다.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 1759-1824)가 지은 『규합총서(閨閤叢書)』(1809)에서는 ‘계피(桂皮), 계지(桂枝)’는 날파[生葱(蔥:익히지 않은 파)]를 꺼린다고 하였는데, 함께 먹으면 좋지 않은 재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계지는 계수나무의 가지로 계피보다는 약성이 약하지만 그래도 같은 약성을 지니고 있어 약재로 사용되거나, 차나 술의 재료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증보산림경제』에서는 크게 토하거나 크게 설사한 뒤에 원기가 부족해져서 팔다리가 싸늘해지고 얼굴이 검어지며 숨이 차고 식은땀이 저절로 나오며 음경[外腎]이 줄어들고 인사불성이 되면, 잠깐 사이에 살리지 못하게 된다. 잔뿌리가 달린 파 밑동이나 생강을 갈아 술에 달여 먹이거나, 계지(桂枝: 계수나무의 가지) 2냥을 썰어 좋은 술에 달여 즙을 내어 먹여도 좋고 하였다. 생강이나 계피의 성질이 글로 표현된 경우도 있었다.

다음은 17세기에 지어진 조선 후기의 문신 남구만(南九萬: 1629-1711)의 시문집 『약천집(藥泉集)』에 나오는 글귀이다 공은 선과 악을 분별함에 특별히 엄격하게 하였으니 저 생강과 계피에 비유하면 늙을수록 더욱 매워지네 효자의 가문에서 충신을 구한다는 옛날의 훈계가 있으니 공과 같이 지극한 효행은 거의 증민을 따르리라 公於淑慝 特嚴分別 譬彼薑桂 老而愈辣 求忠於孝 惟古有訓 如公至行 庶追曾閔 매서워지는 일처리를 늙을수록 매워지는 생강과 계피에 비유하였는데, 생강이나 계피의 매서운 성질에 대해 누구나 인식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홍진임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식재료]
이미지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빠른 이동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