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속 빈 강정
속 빈 강정 이미지

‘속 빈 강정’이라는 속담이 있다. 겉만 그럴 듯하고 실속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강정 입장에서 보면, 좀 억울할 것도 같다. 왜냐면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를 쓴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말처럼, 강정은 본디 누에고치처럼 속이 텅 비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정은 본분에 충실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순패서(旬稗序)」에서 찾을 수 있다. 「순패서」는 『순패(旬稗)』라고 하는 책에 대한 서평(書評)으로, 이 책은 소천암(小川菴)이라는 사람이 어릴 적 손장난 삼아 지은 책이라고 한다. 연암에게 『순패』를 보여주면서 소천암은 강정이 속이 비었다 하여 왜 비난 받는지에 대해 자신의 소견을 피력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강정은 깨끗하고 예뻐서 먹음직스럽지만, 속이 텅 비어 있어서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 그뿐인가? 잘 부서지기까지 해서 훅 하고 불면 눈처럼 날아가버린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없는 것을 가리켜 ‘속 빈 강정’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개암이나 밤, 찹쌀, 멥쌀 등은 흔히 보고 늘 먹는 것이어서 우습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린 배를 채워주고 또 몸에도 이롭다. 그래서 제사상에도 오르고 폐백 음식에도 쓴다고 하였다. 하지만 연암이나 소천암이 살던 세상과 현재 사이에는 많은 간극이 존재한다. 이제는 더 이상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미덕(美德)이 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언젠가 강정이 ‘속 빈 강정’이라는 오명(汚名)을 벗고 새 출발할 날이 올 수 있을까?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양미경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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