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문화사전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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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乾飣)은 유밀과(油蜜菓)의 일종으로,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적당한 크기로 썰어 말렸다가 기름에 튀긴 조과(造菓)를 말한다.
필자에 따라 강정을 표기한 한자가 모두 다르게 나타나는데,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는 강정(剛飣), 『금화경독기(金華耕讀記)』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강정(乾飣),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강정(乾淨)으로 적혀 있다(『조선상식(朝鮮常識)』). 그리고 생긴 모양이 마치 누에고치를 닮았다 하여 견병(繭餠)이라고도 불렸다(『규합총서(閨閤叢書)』). 강정의 유래에 대해서는 대개 중국의 거여(粔籹)나 한구(寒具)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유밀과는 중국의 거여나 한구에서 출발하여 고려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은 『주례(周禮)』에 실린 ‘아침 밥 먹기 전에 먼저 한구(寒具)를 드림은 입맛을 돕는 때문이다’라고 한 정현(鄭玄, 후한의 학자)의 주(註)를 되새기며, “맑은 아침에 드리는 음식인 까닭에 명칭을 한구라 한 듯하다”고 했다(『성호사설(星湖僿設)』).

김매순(金邁淳: 1776-1840)은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서 강정은 원일(元日, 설날)에 만들어 먹는 음식이라고 기록하였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근거로, 송나라 유학자 여조겸(呂祖謙)이 만든 ‘제사 지내는 법’에 설날에 누에고치를 올린다는 문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 후기의 문신 최영년(崔永年: 1859-1935)도 『해동죽지(海東竹枝)』에 “옛 풍속에 설날 차례에는 강정을 좋은 제수로 삼는데, 이는 대개 불교를 숭상하는 고려시대의 풍속을 모방한 것”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상인들이 매년 섣달 그믐 전에 팔러 다녔는데, 그것을 ‘강정장사’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울긋불긋 누에 모양을 한 거여, 불교 숭상하는 고려적 풍속에서 온 것. 설날 차례에는 반드시 올려내니, 장사치들 눈 오는데 팔러 다니네”라는 같은 시를 남겼다.

한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쓴 홍석모(洪錫謨: 1781-1857)는 강정을 시월 월내음식으로 보았다. 그는 “강정은 이달부터 시절음식이 되어 시장에서 많이 판다”라고 적고, 또 오색강정, 잣강정, 매화강정 등이 있는데 설날과 봄철에 민가에서 제물(祭物)로 올리며 정초에 손님을 접대하는 세찬(歲饌)으로도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라고 기록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강정은 10월부터 봄철 사이 추운 계절에 만들어 먹는 음식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초에는 설 차례에 강정을 올리거나 세배하러 온 손님을 대접하는 세찬으로 강정을 내놓았기 때문에 꼭 갖추어야 할 음식이었다. 그래서 섣달 그믐 전에 집에서 직접 강정을 만들어 쓰기도 했지만, 서울지역에서는 강정을 팔러 다니는 강정장사나 시장에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강정 만드는 법에 대해서는 『음식디미방』, 『규합총서(閨閤叢書)』. 『시의전서(是議全書)』 등과 같은 옛 조리서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만드는 법은 고운 찹쌀가루에 술과 꿀을 넣어서 반죽한 다음, 시루에 찐다. 쪄낸 반죽을 꽈리가 일도록 홍두깨로 마구 친다. 이렇게 해야 반죽 내부에 공기층이 형성되어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다. 반죽을 반듯하게 썰어서 따뜻한 방에 넣고 자주 뒤집어가며 말린다. 반죽이 다 마르면 기름에 튀겨내는데, 이때 두벌 튀김을 해야 연하게 잘 튀겨진다고 한다. 튀겨낸 강정 바탕(반대기)에 엿이나 조청을 고루 바르고, 각색 고물을 입힌다. 이처럼, 강정은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음식이다. 그뿐인가? 조선시대에는 귀한 식재료였던 꿀과 기름을 다량 사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강정은 매우 귀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인식되어 세찬은 물론, 잔치나 제사를 치를 때 꼭 마련해야 할 필수품으로 인식되었다.

제작자
(사)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집필자
양미경
발행기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저작권자
한국문화원연합회
분야
한식[음식]
이미지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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