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는 예로부터 바람과 비, 태풍이 많은 곳이었다. 거친 자연환경 속에서도 제주도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땅을 일궈야 했고 바다로 나가야 했다. 이런 이유로 어느 지역보다 무속이 성행했고 독특한 무속신앙들을 가지고 있다. 인간세상을 관장하는 토속신들이 무려 1만 8천여 개에 이른다. 생존을 위한 기도에서 발생한 수백년을 이어온 민간신앙을 세속의 기준으로 단순히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제주도 사람들의 삶과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준 신들은 한해의 임무를 마치면 하늘로 올라가 다른 신들과 임무교대를 하기도 했다. 신들이 임무교대를 하는 일주일 기간을 ‘신구간’이라고 하는데 이때 사람들은 이사 날을 잡았다. 오늘날까지 제주도민들에게 남아있는 오묘한 토속신앙의 전통을 소개하기로 한다.
제주도의 토속신앙

제주도에는 대문을 지키는 '문전신', 집안을 지켜주는 '성주신' 등을 비롯하여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한다고 믿는 토속신이 약 1만 8천 개에 이른다. 신구간은 많은 신들이 한 해의 임무를 마치고 임무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고 아직 새로운 신들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신들은 이 기간 동안 옥황상제에게 한 해 동안 일어난 일을 보고하고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는 시기이며 이 신들은 다시 입춘을 전후하여 지상에 다시 내려온다. 새로움과 묵은 것의 사이, 집안의 신들이 천상으로 올라가는 시간. 제주도에서는 한 해의 마지막 절기이자 가장 춥다고 알려진 대한이후 5일째부터 새해의 첫 절기로 봄이 시작되는 입춘전3일까지의 약 일주일을 신구간(新舊間)이라고 부른다.
신구간, 제주도의 이사철이 된 이유

신구간은 신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시기이기 때문에 동티가 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동티란, 신을 화나게 하여 재앙이 생기는 것을 뜻하는데, 주로 몸이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해서 신구간을 통해 조심스럽게 일을 치르는 것이다. 사람들은 신구간에 이사를 비롯하여 부엌, 문, 화장실, 외양간 등의 수리, 울타리 고치기, 나무 베기 등 집안 손질을 하거나 행사를 치른다. 이러한 일들은 평소에는 금기시되며 신구간에 해야 아무런 탈이 없다고 믿는다.
신구간과 주의할 점
한 가지 조심할 일은 이사 갈 곳의 방위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사를 할 때 이사에 중심이 되는 긴요한 물품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사 갈 때 빼 놓을 수 없는 요긴한 물품은 체와 푸는 체(키)라고 한다. 그러므로 대개 이사할 때에는 체와 푸는 체만을 먼저 옮기면 이사는 다 한 것이나 다름이 없고, 나머지 살림들은 나중에 옮기거나 옮기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한다. 한편 이사에 수반되는 긴요한 물품을 솥, 단지(요강), 체, 푸는 체(키)라고 하며 여기에 화로 한 개를 추가하는 이도 있다. 이사할 때의 잘못으로 생기는 흉험조화(凶險造化) 역시 체와 키에서 생긴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속신은 농어촌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요즘은 산업사회가 되면서 대부분 도시생활을 하게 되었다. 도시라는 곳이 본래 주택난이 심한 곳이므로 이 신구간이 이사하는 기간으로 바뀌었고, 여러 가지 폐단도 생겨났다. 한꺼번에 이사를 하려니 집세가 올라가고, 이사한 쓰레기가 산적하게 되어 청소부들이 밤을 새워야 하고, 전화, 컴퓨터 등을 한꺼번에 옮겨야 하니 관계기관이 특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폐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 풍속은 유지되고 있다. 집을 빌리는 사람으로 보면 불편하지만 집을 빌려주는 주인 입장에서는 신구간에서 다음 신구간까지 임대기간에 따른 사용료를 정할 수 있고 회계연도가 정해져 있어 매우 편리하다. 따라서 신구간이라는 세시풍속은 불편함이 있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동티는 한자어로는 ‘동토(動土)’라고 한다. 그 구체적인 징후는 대개 질병으로 나타나고 심하면 죽게 된다고 한다. 동티가 나는 이유는 신체(神體)를 상징하는 물체나 귀신이 거주하는 것, 신이 관장하는 자연물과 인공물을 함부로 훼손 또는 침범하거나 적절한 절차에 따라서 다루지 않았을 때 신이 진노하여 신벌을 내리거나 정해진 종교적 질서를 깨뜨림으로써 그 자리에 사악한 잡귀가 침범하기 때문에 동티가 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티의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원시종교나 주술의 원리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비인격체이면서도 자동적으로 작용하는 초자연적인 힘이라고 보고 있다. 동티와 비슷하면서도 비인격적인 개념이 더 강하게 표출된 것이 살(煞)이다.

음력 2월 초하룻날 하늘에서 내려와 해상 안전과 풍요를 가져다 주는 풍신(風神)으로 ‘2월할만네’, ‘영등할망’이라고도 한다. 음력 2월 초하룻날 제주도에 들어와 바닷가를 돌면서 해녀 채취물의 씨를 뿌려 풍요를 주고 어업과 농업에까지 도움을 준 다음, 2월 25일에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내방신(來訪神)이다.
이 신이 찾아오는 2월을 제주에서는 ‘영등달’이라 부르는데, 이만큼 영등할망은 2월의 내방신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여러 마을에서는 이 신을 위하여 영등굿을 벌인다. 영등할망은 외눈박이섬에서 찾아온다 하기도 하고 강남천자국에서 들어온다 하기도 하며, 제주도에 와서 바닷가를 돌면서 보말(고동의 일종)을 까먹으며 다닌다 하여 2월달에 보말 속이 비는 것은 이 신이 찾아온 증거라 한다.
또 2월에 날씨가 추우면 옷 좋은 영등할망이 왔다 하고, 비가 오면 우장 쓴 영등할망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영등할망이 나가기 전에는 배를 타고 나가서는 안 되며 빨래를 해서도 안 된다. 만일 빨래를 하여 풀을 먹이면 집에 구더기가 인다는 전승이 있다. 이 신은 남한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영동신과 동류의 것으로 보인다. 그 명칭은 지역에 따라 영동할만네·영동할맘·영동할마니·영동할마시·영동바람·풍신할만네·영동마고할마니 등 다양한데, 이 신은 2월 1일에 내려오며, 딸을 데리고 오면 바람이 불고 며느리를 데리고 오면 비가 온다고 전승된다.
그리고 거의 풍신(風神)으로 관념되고 있으며 농업·어업에 관련된 신으로 개인의 신앙대상이 되어 있다. 이에 비하면 제주도의 영등할망은 주로 어업의 수호신으로 촌락적 신앙대상이 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참고문헌
- 네이버지식백과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혼사풍속과 신구간풍속 /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