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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질과 바느질로 복원한 조상의 멋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 침선장 구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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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질과 바느질로 복원한 조상의 멋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 침선장 구혜자

마름질과 바느질로 복원한 조상의 멋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 침선장 구혜자

조선시대에는 여인의 덕목 중에 하나로 옷을 잘 짓는 것이 손꼽혔다. 가족들의 의복을 손수 지어 입던 시절, 여인의 손끝에 따라 가족들의 품위와 멋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기성복은 몸에 꼭 맞지 않아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입지만, 한복은 사람의 몸을 알맞게 감싸준다. 입는 사람의 나이와 체형 변화, 피부색, 계절 등에 맞게 옷감과 색의 선택, 마름질과 바느질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구혜자 씨는 이처럼 품이 많이 드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우리 옷 만들기를 고수해온 침선장이다. 자연의 색과 정성스러운 바느질의 조화로 완성되는 아름다운 한복에 담긴 이야기를 그녀에게 들어보았다.

구혜자 씨
interview

구혜자 씨는 선대 침선장이던 故정정완 선생의 맏며느리로 시집와 시어머니를 스승으로 모시며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전수받아 진정한 장인이 되었다. 자신이 배워온 내용을 연구하고 정리하며 여러 책을 냈는가 하면,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내는 후학 양성에도 크게 이바지 한 그녀는 전통복식의 복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한복이 지닌 매력과 장점을 널리 알리고 우리 고유의 것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노력해온 삶의 모습은 그녀의 정성이 담뿍 담긴 한복과도 닮아 있다.

한복이라는 옷은 만드는 과정과
색과 멋에 이르기까지 다른 옷과 차별화되는 것 같은데요.

한복은 한 마디로 ‘자연의 색을 본떠 사람 몸에 꼭 맞춘 우리 옷’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옷을 짓는 공정은 크게 옷감을 치수에 맞게 자르는 마름질과 바늘과 실로 옷을 짓거나 꿰매는 바느질로 나뉘는데요. 옷의 각 부분을 하나씩 재단해 시침질, 박음질, 감침질 등의 바느질을 수없이 해야 기본적인 옷의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젊은 사람은 몸의 선이 돋보이는 날렵한 옷이, 나잇살이 생기는 어르신은 품이 낙낙한 옷이 어울리는 것처럼, 입는 사람의 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옷을 지으면 입는 이의 몸을 단정하고 포근하게 감싸주어 행동거지 하나하나에서 자연스러운 기품이 배어 나오는 법이죠. 또한 물 흐르듯 다채로운 색이 조화를 이루는 것도 한복의 매력인데요. 한복의 색은 자연에서 빌려온 것들입니다. 언뜻 보랏빛은 녹색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꽃을 보면 녹색 잎에 빨갛고 노란 꽃만큼이나 보라색 꽃도 아름답거든요. 이런 식으로 산과 들, 바다를 잘 관찰하고 아름답게 여기는 선조들의 마음씨가 한복의 색에서 묻어납니다.

한복은 자연의 색을 본떠 사람 몸에 꼭 맞춘 우리의 옷이다 ©디자인밈 복은 자연의 색을 본떠 사람 몸에 꼭 맞춘 우리의 옷이다 ©디자인밈
전통적인 방법으로 한복을 만드는 일을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셨나요?

손으로 직접 한복을 만드는 일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짓는 법이 달라서 구비전승과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다양한 옷감의 특성을 파악해 적절히 사용하는 법을 까다롭게 익혀야 하거든요. 저는 선대 침선장이던 故정정완 선생님의 맏며느리로 시집을 와서 시어머니를 스승으로 모시며 바느질을 배웠어요. 당시 어머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많았는데, 어머니는 며느리라고 너그러이 봐주기는커녕 더욱 엄격하게 가르치셨어요. 어머니가 지으신 옷을 집으로 가져와 뜯어보고, 정확한 수치와 비율을 재고 기록하면서 깨우치고, 또 모르는 부분은 또 여쭙고 하면서 배웠어요. 어머님은 가르칠 때도 몸에 밴 감각으로 ‘배자는 요 정도, 도련은 이만큼’이라고 일러주셔서 초보였던 때는 가늠하기가 어려웠지요.

한복을 만드는 일은 다양한 옷감의 특성을 파악해 적절히 사용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디자인밈 한복을 만드는 일은 다양한 옷감의 특성을 파악해 적절히 사용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디자인밈
그렇게 차근차근 배운 과정을 정리해서 낸 책이
베스트셀러이자 대학 교재로 쓰였다고 들었는데요.

그때의 어머니가 일러주신 것들을 밤을 새워가며 연구하고 그것들을 정리한 노트를 모아 <한복 만들기-구혜자의 침선 노트>라는 책을 3권까지 냈습니다. 한복 짓는 법을 알기 쉽게 계량화하고 수치화해 우리 옷 만들기에 꼭 필요한 내용을 주로 담았어요. 그 덕에 대학 강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요. 지금 그 제자들은 대통령의 한복을 짓는다거나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펼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요즘 저는 은퇴 후, 한국 전통공예 건축학교의 침선반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옛 여인들처럼 손수 자식과 가족들의 옷을 해 입히려는 수강생들의 열기가 매우 뜨거워서 고마운 마음이 들 정도예요. 요새는 한복에 관심을 갖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기쁘답니다.

교제로도 사용된 구혜자 침선장의 저서 <한복 만들기-구혜자의 침선 노트> ⓒ디자인밈 교제로도 사용된 구혜자 침선장의 저서 <한복 만들기-구혜자의 침선 노트> ⓒ디자인밈
전승공예대전에서 상도 받으시고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셨다.
전통복식의 복원에 힘써온 과정은 어떠셨나요?

시대별로 복식이 변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사대부나 왕가의 출토 복식을 복원하는 일은 그 시대의 얼을 살리는 것과도 같아요. 해인사에 있는 광해군의 복식은 처음 보는 순간 소름이 돋고 마치 그 옷을 입은 광해군이 보이는 것처럼 짜릿하더라고요.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꼭 잘 복원해야겠다는 욕심이 절로 들었죠. 남들이 보기에는 재현 작품이 다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훌륭한 복원이란 입은 사람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20여 년 동안 허리와 어깨 통증을 얻으며 5시간도 채 못 잘 정도로 바쁘게 살았지만 몸이 힘들다고 해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그것들이 좋은 성과를 얻어내서 기쁘기도 하고요.

각 시대별 복식의 변화 과정을 재현하는 일은 그 시대의 얼을 살리는 것과 같다 ⓒ디자인밈 각 시대별 복식의 변화 과정을 재현하는 일은 그 시대의 얼을 살리는 것과 같다 ⓒ디자인밈
한국의 미를 널리 알리기 위한 행보가 더 기대됩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기회가 되면 색다른 기획으로 저만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그동안 상업적으로 판매할 목적으로 옷을 만들어온 것이 아닌데다가 지은 옷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소장하거나 입고 있어서 작품을 모아 개인전을 열 기회가 부족했거든요.

한복이 일상복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중요한 자리에 격식을 차려입는 옷이라는 정도의 인식만 생겨도 좋겠다는 소망이 있어요. 한복의 일부만 가져다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면 저도 감탄스러울 때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우리 고유의 것이 맥이 끊이지 않고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고루한 생각도 합니다. 전통에 대한 호기심이 우리 것을 귀하게 여기는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