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전통

서울 삼청동에 자리한 선혜원은 한 시대의 삶이 고스란히 축적된 한옥입니다. 포도뮤지엄은 이곳을 대중과 예술이 만나는 자리로 넓히며 선혜원 아트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김수자의 《호흡—선혜원》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아트프로젝트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는 모나 하툼, 최성임, 김윤수 세 여성 작가의 작업을 소개합니다.
세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지나치거나 버려지는 재료를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아왔습니다. 거미줄, 식빵끈, 비닐과 골판지. 연약한 재료들은 작가들의 손에 머무는 동안, 되풀이되는 손길 속에서 전혀 다른 밀도와 존재감을 얻습니다. 연약함은 시간을 품으며 오히려 단단해집니다.
경흥각 서까래 아래를 가득 채운 모나 하툼의 거미줄은 집이자 보호막이며, 동시에 생존을 위한 치열한 노동의 구조물입니다. 한 올의 가느다란 선은 거듭 이어지며 공간을 짓고, 불완전한 구조 안에 팽팽한 긴장을 세웁니다. 가장 위태로운 것이 때로는 가장 질기게 스스로를 지탱합니다.
최성임은 식탁에서 버려지는 식빵끈을 오랜 시간 잇대어 하나의 직물을 짜냅니다. 네 아이를 키우고 집을 돌보는 동안 흩어졌던 작가의 시간은 손끝의 반복을 통해 비로소 만질 수 있는 물질이 됩니다. 일상적인 노동의 조각들은 어느덧 삶을 견뎌온 시간의 두께를 드러냅니다.
김윤수는 유모차를 덮어주던 비닐을 발바닥의 윤곽을 따라 오려 여러 겹으로 쌓고, 얇은 골판지를 말아 붙이는 일을 반복합니다. 같은 동작이 더해질수록 처음의 발 모양은 조금씩 흐려지지만, 흔적들이 겹치고 번지면서 어느새 하나의 풍경이 됩니다.
잇고, 감고, 자르고, 쌓는 손의 움직임은 일상의 재료에 시간을 고이게 합니다. 그 안에는 매일을 살아낸 자취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버팀이 나란히 배어 있습니다. 선혜원 역시 오랜 일상과 기억이 켜켜이 쌓인 공간입니다. 그 위에 세 작가의 시간이 스며들고 포개지면서, 서로 다른 삶의 흔적은 잠시 한곳에서 겹쳐 흐릅니다.
흔들린다는 것은 약하다는 뜻만은 아닐 것입니다. 흔들리면서도 이어지고, 휘어지면서도 끝내 끊어지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전시가, 쉽게 지나쳤던 것들 속에 묵묵히 스며있는 시간을 바라보고, 그 시간을 견뎌온 삶을 헤아리며 서로의 안부를 조용히 묻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